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것에 대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중징계 요구와 관련 류삼영 총경이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류 총경은 8일 오후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에서 경징계 권고를 했음에도 (윤 청장이) 중징계를 요구한 것은 더더욱 부당하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비례의 원칙을 현저히 벗어난 징계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징계위에 출석해 제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겠고, 부당한 징계 결과에 대해서는 소청·소송 등을 통해서 앞으로도 계속 다투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류 총경 주도로 모인 54명 총경들은 지난 7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기 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강행한 바 있다. 경찰청은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이었던 윤 청장의 해산지시를 무시하고 류 총경이 참석자들에게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며 류 총경 등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감찰을 벌여왔다. 이후 경찰청 시민감찰위는 지난 9월 류 총경에게 감봉이나 견책 등의 경징계를 권고했다. 하지만 윤 청장은 파면·해임·강등·정직 등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위원회에 요구했다. 시민감찰위는 경찰 감찰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기구다. 권고는 참고사항으로 구속력은 없지만 경찰청장은 이 권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던 만큼 윤 청장의 중징계 요구는 경찰 안팎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류 총경은 윤 청장의 중징계 요구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경찰청장은 시민감찰위원회 징계 권고를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데도 (윤 청장이) 중징계를 요구했다"며 "자기 눈을 찌르는 결정인데 (윤 청장) 본인 스스로 내린 결정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류 총경은 용산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류 총경은 또 이태원 참사가 경찰국 설치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국 설치로 경찰의 관심이 국민의 안전보다 경호·경비로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태원에 경력 배치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국을 설치하면) 국민을 향하던 경찰의 관심이 인사권과 통제권을 확보한 권력을 향하게 돼 국민의 안전을 등한시할 소지가 많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경찰국과 경찰 지휘 규칙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찰청 앞에서는 류 총경의 징계를 반대하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경찰들의 1인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류 총경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경찰 약 800명의 탄원서를 징계위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