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소유가 분산된 금융지주 등이 건강한 지배구조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의무)가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업이 대표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를 우선 심사하는 관행은 결국 후계자 양성을 통한 지배구조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기준과 원칙 정립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직접 금융지주를 거론했고 KT(030200)도 김 이사장이 언급한 조건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은 현재 기존 수장과 기업 안팎의 후보들이 경합하는 모양새인데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는 특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고착화해 연임 등이 쟁점화된다”면서 “인사 규정이나 후계자 양성이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정립해야 한다”고 짚었다. 소유가 분산된,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에서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인사 등용을 우선하는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차기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에도 이러한 사항을 당부해 의결권 행사의 적합성을 판단, 장기적인 수익률 개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현재 CIO 인선을 위한 최종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가입자 이익 보전을 명목으로 투자 기업 권한 행사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LG화학(051910)·효성(004800)·신한금융지주·한화시스템(272210) 등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다만 나머지 주주들은 찬성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낮고 반대 기준이 모호해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이라며 우려하는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기준은 한 번 정해지면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의결권 행사 기준을 비교해 주기적으로 보완하고 의결권 행사 절차에서도 개선점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주주 대표소송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대표소송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라며 “주주 대표소송이 불필요한 경영 간섭이 아닌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내부에서 한때 운용 조직인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차책임전문위원회로 주주 대표소송 주체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며 재계의 반대가 거셌으나 현재 소위 등에서는 기존대로 기금운용본부가 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기금 운용 수익률과 관련해 단순히 자산 평가 과정에 드러난 손실인지, 실제 자산을 매도해 확정한 손실인지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 9월 국내 주식에서 -25.5%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9월 말 기준) 국내 주식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주가 등락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확정 손실 상태는 아니나 수익률 개선에 지속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익률 개선과 관련해서는 유연한 자산 운용 방안을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새로운 투자 대상을 늘릴 때마다 기금운용위원회 승인을 거치는데 기금운용본부에서 정무적 판단을 거쳐 유연하게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