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심근증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박준빈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윤제연 교수 공동연구팀은 1만 6000여 명의 비후성심근증 환자와 일반인을 추적 관찰해 비후성심근증 진단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비후성심근증은 유전적으로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연간 사망률 1%로 비교적 예후가 좋지만 부정맥을 일으켜 급사할 위험이 있다. 그로 인해 비후성심근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질병에 대처하면서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전까지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정확히 연구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2010~2016년 비후성심근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4046명과 성향-점수 매칭을 통해 선택된 대조군 1만 2138명을 대상으로 기분장애, 불안장애, 스트레스장애, 신체화장애 발생 위험을 4.1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비후성심근증 환자는 전반적인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대조군보다 1.7배 높았다. 기분장애와 불안·스트레스·신체화장애 발생 위험은 각각 약 1.73배, 1.81배 증가했다. 시기별로는 비후성심근증 진단 후 △1개월 미만 △1개월 이상~1년 미만 각각 3.1배, 2.3배로 특히 높았다. △1년 이상~3년 미만 △3년 이상 시점에도 각각 2.1배, 1.3배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후성심근증 진단 직후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높으므로 1년 동안은 환자를 진료할 때 정신건강 관리 측면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형관 순환기내과 교수는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진료에서는 포괄적인 임상 평가가 필요한데, 내과 진료에서 정신건강을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고위험 환자를 적절한 시기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제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대상으로 정신과적 질환 평가 및 관리의 유용성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까지 이뤄진다면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유럽예방심장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