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고 봤다. 지난해 순이익 4조 원 시대를 열었고 6년의 재임 기간 동안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던 조 회장이었던 만큼 연임에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새로운 리더를 선택했다. 지금을 ‘100년 신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세대교체의 적기로 봤기 때문이다.
8일 신한금융그룹의 신임 회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서울 덕수상고와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고졸’로 입행한 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유이한 인물이 됐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이 아닌 1980년 중소기업은행에서 행원을 시작했다. 이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오사카지점장으로 재직했고 이때 신한은행의 일본법인인 SBJ은행의 출범을 주도했다. 이후 SBJ은행 부사장과 법인장을 맡은 그는 신한금융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한국에 돌아와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장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운영담당 부사장을 지냈으며 2019년 신한은행장에 선임된 후 연임에도 성공했다.
진 행장의 회장 내정은 실적이 뒷받침됐다. 재임 기간 신한은행은 4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외형과 손익을 기준으로 한 1등 은행을 추구하기보다 ‘고객 중심 가치 창조’를 경영 이념으로 내세웠음에도 성과까지 좋았다. 진 행장 재임 4년 동안 신한은행은 해마다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꾸준함을 보였고 올해는 3분기까지 2조 5925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일찌감치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다.
진 행장은 회장 취임 후 중점 과제로 △지속가능경영 △고객 신뢰 회복 △내부 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등을 꼽았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도 진 행장은 ‘100년 신한’을 위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행장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재무적 이익의 크기보다는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내부 통제, 소비자 보호가 가장 중점으로 둬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진 행장이 새로운 신한의 키를 잡게 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뉴 신한’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에 모아지고 있다. 진 행장이 신한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신한금융의 세대교체를 위함이다. 조 회장이 1957년생, 진 행장은 1961년생으로 만약 조 회장이 한 차례 더 연임을 하게 되면 진 행장은 만 65세가 돼서야 회장직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1964~1966년생인 신한금융지주의 부사장들도 모두 환갑을 넘긴다. 현재 많은 기업과 금융사에서 40~50대 젊은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고 있음을 고려하면 신한금융은 꽤 나이든 조직이 되는 셈이다. 조 회장 역시 이날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에 차기 또는 차차기까지 보고 인선을 해야 한다”며 “이번에 이렇게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는 게 조직에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세대교체를 내건 만큼 앞으로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주력 그룹사 수장 교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진 행장의 회장 취임에 따라 신한은행장도 선임해야 한다. 기존 경영진보다는 내부 승진을 통한 임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장 후보로는 현재 진 행장을 도와 은행을 이끌고 있는 전필환 부행장, 안효열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신한카드는 노용훈 신한카드 부사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등이 입에 오르내린다. 조 회장의 연임 시 가장 유력한 주력 계열사 사장으로 꼽히던 이인균 부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향후 인사는 안갯속이다. 진 행장 역시 “인사에 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신한금융 고위 임원도 “지금으로서는 어떤 것도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 회장이 필요성을 제기했던 조직 개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회추위 면접에 앞서 “조직이 많이 큰 만큼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고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프런트 라인에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 행장 역시 조 회장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진 행장은 “지주 이사로서 계속 논의해왔고 전임 회장과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협의를 통해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거기에 따라 사후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조 회장 재임 시 거론됐던 부회장직 신설은 여전히 추진 가능성이 높다. 결정 권한을 회장이 아닌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부회장에게 나눠줄 경우 조 회장이 지적했던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 체계와 현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내에서는 부회장이 아니더라도 부문 총괄사장직 등을 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