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BBB이하 건설사뿐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A 신용등급 수준 건설업체의 신용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8일 무디스와 함께 개최한 ‘비금융 기업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온라인 세미나에서 “비우호적인 재무 여건 하에 국내 건설업의 중단기 신용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BBB급 건설사뿐 아니라 PF 우발 채무 비중이 높은 A급 건설사들의 여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길호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정부의 대책이 나왔지만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시장의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석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산업1실장은 “현재와 같이 금융 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PF 유동화증권이나 회사채 차환이 정상 진행되지 못한다면 일부 건설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유동성 리스크나 신용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택 가격 하락이나 분양 시장 침체 같은 건설 산업 전반의 사업적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며 “재무적 대응력이나 유동성 수준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연말 기업어음 정기 평가를 통해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석유화학 산업도 내년도 전망이 좋지 않은 업종으로 꼽혔다. 수요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2분기 이후 에틸렌스프레드가 손익 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밑도는 등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2차전지·친환경사업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라 재무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홍 실장은 “대규모 설비 투자나 인수합병(M&A) 자금 수요로 인해 재무 대응력이 떨어졌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은 등급 하향 압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도 “수요 약화로 테크·제철 부문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화학은 계속 약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096770)에 대해 “아직 부정적 전망을 견지하고 있다”며 “배터리 사업을 위한 차입 증가와 이행 리스크 역시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aa3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전력(015760)의 한전채 발행 의존도는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보이되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믹 강 무디스 이사는 “정부랑 한전이 말하는 기준연료비를 얼마나 올릴지가 중요하나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대한 고민을 고려하면 큰 폭의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2023년에도 수 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한전채에 높은 의존을 보일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평균 연료 가격이 내년엔 올해 대비 감소할 것 같고 기준연료비 역시 연료값 증가분 대비 충분하진 않겠지만 일정 부분 인상될 것”이라며 “2022년 대비로는 한전채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