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간 이어진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물연대는 핵심 요구 사항인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구호로 내세웠지만 결국 ‘빈손’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화물연대와 연대 파업하며 ‘노란봉투법’ 입법 강행 등 동투(冬鬪)의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던 민주노총도 정치 파업이라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반면 정부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안을 거부하자 18년 만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법과 원칙을 앞세운 일관된 대응으로 총파업 철회를 이끌어내 노사 법치주의를 바로 세운다는 효과도 얻게 됐다.
9일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 철회를 결정한 조합원 투표에 참가한 인원은 전체 조합원 2만 6144명 가운데 3575명(13.7%)에 그쳤다. 16일간 총파업을 이어오는 동안 파업에 참가했던 비조합원뿐 아니라 조합원도 상당수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이번 총파업의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이 가장 아픈 대목이다. 화물연대는 올해 일몰되는 안전운임제의 영구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위해 총파업을 강행했다. 올해 6월 총파업 때도 안전운임제 논의라는 노정 합의 성과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6월’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에 ‘안전운임제 3년 연장과 품목 확대 불가’로 선을 그었다. 총파업 기간 내내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했던 더불어민주당도 결국 8일 ‘3년 연장과 품목 확대 추후 논의’로 입장을 바꿨다.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총파업 직전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3년 연장’만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3년 연장도 이미 폐기된 제안이라고 밝혔다. 총파업 동안 불법행위를 하거나 두 번의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참가자들은 사법 처리까지 받을 상황에 놓였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놓고 시작과 끝만 기억난다는 말이 나온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면 과로와 과적·과속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는 어떤 논의나 결론 없이 논란만 이어졌고 총파업 막바지에는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는 적정 임금이 안전 운행을 담보할지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는 화주의 목소리도 컸다.
학계에서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시장경제 논리상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화물차주의 적정 수입과 법적 근로자 논란도 수면 위로 올랐다. 화물연대가 왜 파업에 나섰는지, 파업을 막을 대책이 무엇인지 다양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없었다는 게 화물연대 내부의 비판이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16일 만에 철회됐지만 정부도 출범 이후 성과로 평가 받던 노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이번에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 1차 교섭이 결렬된 후 다음 날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같은 달 30일 2차 교섭 이후 노정 대화는 끊겼다. 정부는 8일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올해 6월 8일 동안 이어진 총파업에서는 양측이 다섯 차례나 교섭한 끝에 타협점을 찾았던 상황과 비교된다. 정부는 올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조합 파업도 공권력 투입 없이 노사 스스로 풀도록 중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엄단 메시지를 실행으로 옮기지 않고 지속적인 대화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른 일관된 대응으로 화물연대 총파업을 해결했다는 긍정적인 여론도 많다. 화물연대뿐 아니라 민주노총이 그동안 해왔던 투쟁을 두고 어디까지 합법적 파업인지, 정치적 파업인지에 대한 논쟁도 가열됐다는 분석이다. 여당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일명 ‘떼법식 파업’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경계를 그었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와 여당이 노조 혐오 정서를 부추겼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