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회기 내 새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지도부를 동시에 책망하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합의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김 국회의장은 9일 밤 입장문을 내고 639조 원 규모의 예산안과 이에 연동된 세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내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2일)을 넘기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정기국회 내 예산안 합의 처리를 촉구한 것은 대한민국이 위기관리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국회가 나라 안팎에서 보여주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김 국회의장은 여야의 정치력 부족이 한국경제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산안은 정부의 정책 의지와 국회의 결의가 담긴 사회적 합의 문서”라며 “예산안 합의 처리가 지연돼 국제 사회가 대한민국의 위기관리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면 국제 금융자본의 이탈 등 한국 경제의 새로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질책했다. 김 국회의장은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다른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예산안 처리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두고는 “과반이 훨씬 넘는 제1야당도 다수당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당을 향해 “입법부 수장으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민생에 입각해 양당이 조속한 합의문을 도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국회의장은 “저는 1년 반 뒤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고 정계를 은퇴해 초야로 돌아갈 사람”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중립적 입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충정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