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지난해 우리나라 억대 연봉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로자의 평균 연 급여액도 4000만 원을 넘어섰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수치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보여주는 통계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괜찮은 일자리 중심으로 급여가 늘다보니 일종의 '평균의 함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억대 연봉 100만 명 시대 속살을 뒷북경제가 살펴봤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수는 1995만 9000명으로 전년(1949만 5000명) 대비 2.4% 증가했습니다.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4024만 원으로 전년(3828만 원) 대비 5.1%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세종시가 472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울(4657만 원), 울산(4483만 원), 경기(4119만 원) 순입니다. 1인당 급여가 가장 낮은 곳은 제주(3419만 원)로 나타났습니다.
총급여가 1억 원을 초과하는 ‘억대 연봉’ 근로자 수는 112만 3000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년 91만 6000명보다 22.6%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연봉 5억 원을 넘는 직장인도 지난해 1만7000명에 달해 이 기간 1년 새 24.9% 늘었습니다. 2011년 5900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작년에 억대 연봉자가 늘어난 것은 결국 넘쳐났던 유동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요기업들의 실적 호조, 여기에 더해 물가 상승 등이 복잡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등 한국 IT 기업들은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AI 인재 등 인재 영입에 스카우트 경쟁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사업은 확장하는데 인재가 부족해 자연히 급여가 뛰어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꿈틀거린 물가가 임금 교섭에도 영향을 미쳐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고소득자 임금만 올라간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근로자는 전체의 35.3%인 704만 명으로 집계돼 전년(725만 5000명) 대비 21만 5000명 줄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의 임금 증가속도가 빠르고 아직은 그 온기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 계약직 들에게까지는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까지 자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주식·부동산 등을 매각해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납부자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2021년 기준 양도세를 신고한 양도 자산 건수는 총 168만 건으로 전년(145만 5000건) 대비 15.5% 증가했는데요.
특히 주식 양도 자산 건수가 지난해 43만1000건에 달해 전년 대비 46.6%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일명 ‘서학개미’ 열풍으로 해외 주식 투자 건수가 급증한 영향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습니다.
주택 부문에서는 양도 건수는 줄었지만 서울에서는 평균 양도가액이 상승했습니다. 집값이 비싸지면서 매매 건수가 줄어든 셈입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주택 양도 자산 신고 건수는 35만 4000건으로 전년(39만 건) 대비 10%가량 줄었으나 서울 기준 평균 주택 양도가액은 이 기간 6억 9000만 원에서 7억 1200만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다만 이 가격은 1주택자 9억 원 이하(2022년부터는 12억 원 이하) 주택처럼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는 자산은 제외한 가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