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여파로 주택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서울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가격 하락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호가는 다양해도 직전 거래가격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급급매’만 체결되다 보니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에서는 신축 대단지 전용 84㎡가 10억 원에 손바뀜 돼 지난해 최고가와 비교해 7억 원 가량 떨어졌고 경기 과천시에서는 59㎡가 9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심리적 저지선인 ‘10억 원 선’이 붕괴됐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59% 하락해 전주(-0.56%)에 비해 낙폭이 커졌다. 주간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올해 중순인 7월 첫째 주만 해도 -0.03%를 기록했지만 이후 △10월 첫째 주 -0.20% △11월 첫째 주 -0.38% △12월 첫째 주 -0.59%를 나타내는 등 올 4분기 들어 낙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경기와 인천 아파트값도 비슷한 상황으로 7월 첫째 주 각각 -0.04%, -0.07%였던 변동률이 이번 달 첫째 주에는 -0.78%, -0.98%로 커졌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연일 연중 최저가 경신이 거듭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84㎡는 올해 4월만 해도 19억 8000만 원에 계약서를 써 ‘20억 클럽’ 진입을 목전에 뒀지만 11월 12억 9000만 원에 거래돼 불과 7개월 만에 실거래가가 약 7억 원 내려왔다. 인근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84㎡는 지난달 10억 원에 손바뀜 돼 심리적 저지선으로 평가 받는 10억 원 선 붕괴가 코 앞이다. 이 단지 84㎡는 지난해 8월만 해도 실거래가가 16억 8500만 원에 달했다. 고덕아르테온과 마찬가지로 약 1년 만에 가격이 7억 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상일동 내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중순만 해도 지난해 최고가 대비 5억 원 하락한 거래를 ‘특수 거래’로 여겼지만 최근 들어 이보다도 가격이 낮은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며 “직전 거래 대비 1억 원 이상 시세를 낮추는 집주인이 늘면서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최근 지난해 최고가와 비교해 9억 원 가까이 떨어진 실거래가 올라왔다.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 76㎡ 실거래가는 각각 28억 7000만 원(2021년 11월)에서 19억 8000만 원(2022년 11월)으로, 26억 3500만 원(2021년 11월)에서 18억 5000만 원(2022년 12월)으로 내려왔다. ‘준강남권’으로 평가 받는 경기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59㎡는 이번 달 9억 8000만 원에 계약서를 작성해 10억 원 아래로 실거래가가 내려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추가 가격 하락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호가를 크게 낮춘 ‘초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내년 초까지 지금과 같은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