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경기 둔화 심화로 반도체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연간 설비투자가 30%가량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인텔·TSMC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경쟁사들은 반도체 불황에도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12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의 11월 리포트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D램 업계의 설비투자 예상치는 217억 3300만 달러(약 28조 4420억 원)로 올해 예상치인 301억 6200만 달러(약 39조 4790억 원) 대비 28%나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내년 낸드플래시 설비투자액 전망치 역시 226억 달러로 올해 예상치(323억 9500만 달러)보다 30.2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각 전망치는 지난 2년간 설비투자 총액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설비투자액은 각 반도체 회사들의 생산능력 확보와 큰 연관이 있다. 반도체 시장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년 설비투자액이 대폭 축소된 것은 칩 제조사들이 극도로 위축된 업황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력 제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미 12월 반도체 수출지표가 전년 동기 대비 27.6%나 쪼그라드는 등 양사 반도체 사업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양사의 4분기 실적도 비관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본력을 앞세워 내년 설비투자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를 50% 이상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한편 반도체 불황에도 인텔·TSMC 등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 라이벌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설비투자에 고삐를 죄고 있다. TSMC는 이달 6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반도체 장비 반입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현지 설비투자 예산을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린 400억 달러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