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언급하며 “제 임기 내에 불법과의 타협은 없다”고 했고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표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킨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깨려는 세력은 끊임없이 거짓말로 선동함으로써 대중을 속아 넘어가게 하거나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해 겁을 주려고 한다”며 “이런 세력과는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법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인 노동·연금·교육 개혁 가운데 노동 개혁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해 추진 로드맵을 주문했다고 한다. 연말 일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날 회의는 윤 대통령이 올해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국무회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18개 부처 장관들 앞에서 비상한 각오를 주문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법치주의를 세우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두 차례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후에야 이 파업이 끝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폭력, 갈취, 고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이 산업 현장에 만연한 조직적인 불법 행위 또한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 등 법 집행 기관은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불법과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며 “국가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지 않고 이를 방치한다면 국민과 근로자들, 그리고 사업주들은 겁나고 불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 그리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공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개혁안을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함께 전날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 재정 고갈 문제도 직접 들고 나왔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케어를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이라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며 “그래서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노동과 연금 개혁을 강조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신년 국정이 사회 개혁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들은 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노동과 건강보험 등 사회 개혁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보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년부터 사회 개혁을 두고 거대 야당과 충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 개혁과 건강보험 개혁 모두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더불어민주당의 산을 넘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노동 개혁의 많은 과제들은 경사노위 같은 기구에서 정부, 근로자 단체, 그리고 사업자 단체들이 모여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미래세대를 위해서,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는 인식으로 정부 차원에서는 최대한 설득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긴 국회에 거듭 예산안과 부수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세제 개편안에는 우리의 국익과 민생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