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1001'의 강점은 과녁이 넓다는 점입니다. 알츠하이머는 기전과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부만 타깃한 경쟁 치료제보다 증상 개선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AR1001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알츠하이머 임상 3상에 진입한 아리바이오의 정재준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와 만나 신약의 성공을 자신했다. 정 대표는 "세계 첫 FDA 승인된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에 바이오젠은 1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며 "직접 체득한 2상 경험과 앞선 아두헬름 임상을 참고해 10분의 1인 1000억 원의 비용으로 만반의 준비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임상시험 설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치료제를 발견하지 못한 치매 치료 시장에 글로벌 빅파마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 기업 공개(IPO)도 하지 않은 바이오벤처 대표로서 도전장을 내민 그이지만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 났다.
아리바이오의 치매 치료제 AR1001는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인지기능을 높이는 다중기전이 특징이다. 뇌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개선하면서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동시에 생성을 촉진한다. 동시에 치매를 유발하는 뇌의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특성도 있다. 정 대표는 "통상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면 치매가 유발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증상에는 완전한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분자단위에서만 접근하는 치료법은 일부 치매에만 효과가 있다"며 "결국 약물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알츠하이머만이 아닌 혈관성 치매, 뇌경색 치매 등에도 효과를 확인한 다중 기전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임상 성공을 위해 특별히 이번 임상 3상에서는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시험을 설계했다. 치매 환자의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평가 항목을 단순화해 통상 4시간이나 걸리는 임상을 1시간 30분 이내로 단축하기도 했다. 2상을 함께 경험한 임상센터를 포함해 미국 전역 75개 의료 기관에서 연내 첫 투약이 시작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총 1600명 대상 환자를 1, 2차에 나누어 800명씩 투여하면 2025년 말에는 1차 3상 데이터 성과를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행 치매 임상 경험이 풍부한 데이비드 그릴리 워싱턴의대 신경과 교수가 임상총괄책임 임원(CMO)로 합류하면서 가장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임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리바이오는 임상 3상 진입과 동시에 기술 이전 협의와 IPO 추진에 돌입한다. 이미 13개국의 글로벌 제약사 20여 곳으로부터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3상의 성과에 따라서 곧바로 지역벌 라이선스 아웃이 가능할 전망이다. 곧바로 연내 기술성 평가 신청도 예정돼 있다. 앞서 이 단계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던 아리바이오는 국내 최초 치매 치료제 3상 진입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 평가에 도전한다. 정 대표는 "AR1001의 임상을 진행하면서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 다양한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확인해 이 분야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나아가 보유한 파이프라인과 인공지능(AI) 신약 발굴 플랫폼을 바탕으로 오픈이노베이션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