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훈 코인원 대표 "핀테크 결합 블록체인 영토 확장…NFT 조각투자·월렛도 선뵐 것"

[CEO&STORY] 차명훈 코인원 대표
대학 해킹 동아리·군대서 비트코인 접해
새 암호화폐 개발보단 '코인거래'에 관심
주변서 사업 말려…매일매일 불안했지만
300만원으로 시작 8년만에 1100억 순익
암호화폐 제도화 논의 거래시장에만 초점
블록체인 판 키울 산업 진흥정책도 필요
카뱅과 손잡고 원화 입출금 서비스 시작
블록체인 기반 종합금융플랫폼 거듭날것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서울 여의도 코인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14년 2월 자본금 300만 원으로 출범한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운영사 디바인랩)은 지난해 1100억 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하면서 ‘차세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았다. 물론 코인원의 성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이 붙었던 암호화폐 등 자산 시장의 성장이 동력이 됐다. 하지만 설립 8년 만에 이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달 12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자리한 코인원 본사에서 만난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매일매일이 불안했다.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분들이 모두 사업을 말렸다”고 말하며 입을 뗐다.


차 대표에게서는 여느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보이는 무거움과 심각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을 외부에 알리는 데는 부끄러워하지만 성과를 말할 때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30대 초반, CEO 9년 차의 이 젊은 기업인은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다.


차 대표는 자신의 성격이 기업 경영과는 잘 맞지 않다고 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누군가를 이끌고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설립하고 기업 경영에 뛰어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재물욕·권력욕 같은 것은 없는데 성취욕은 큰 것 같다. 무엇인가를 이뤄내고 해내는 게 좋았다”며 “혼자서 궁리하고 만들어내면 뿌듯해했는데 지금은 코인원의 성장에서 성취감을 찾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내보이는 것은 부끄러워하지만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축구나 해킹·알고리즘·재즈 동아리 등을 드나들다 그중 해킹 동아리에 꽂혔다. 그래서인지 차 대표에게는 ‘화이트햇 해커’ 출신의 스타트업 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군 복무 시절 우연히 접한 ‘비트코인’과 대학 시절의 해킹 동아리 활동이 현재 코인원의 밑거름이 됐다. 차 대표 스스로도 당시 해킹 동아리 활동으로 국제 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등 성공을 맛본 것이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그는 “방학 때는 다른 활동 없이 동아리방에서 하루 18시간 동안 해킹을 연구했다”며 “작은 성공이라도 많이 경험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무척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굳이 거래소였을까. 궁금했다. ‘일찌감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접해봤다면 스스로 암호화폐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서였다. 차 대표는 “당시 비트코인을 보면서 뭔가 신기하다, 뭘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비트코인 외에 다른 알트코인이 없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곳을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서울 여의도 코인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 기자


차 대표는 회사를 만들고 2016년 정도까지는 매일매일 불안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투자받기도 힘들었고 중국 등 해외 거래소는 폐업을 하거나 셧다운을 당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불안정했다. 회사를 차린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경력이 많은 경영자도 쉽게 경험하지 못한 경영권 분쟁도 겪어봤고 얼마 전에는 3년여를 끌어왔던 소송에서 승소를 거뒀다. 코인원의 창립자였던 차 대표는 2015년 데일리금융그룹에 자신의 지분을 전부 넘기는 대신 데일리금융그룹 지분을 받는 지분 스와프를 단행했다. 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태동기였던 만큼 차 대표는 여러 가지 규제에도 대응해야 하고 회사도 키워야 하는 부담감에 데일리금융그룹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2017년 벤처기업 연합 형태의 옐로모바일이 데일리금융그룹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갈등이 심화되자 이후 코인원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되찾아왔다. 차 대표는 “금융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좀 더 큰 곳의 힘을 빌리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CEO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성과에 자신감을 보이던 차 대표는 실패도 쿨하게 인정했다.


2018년에는 코인원이 처음 선보인 마진 거래 서비스로 홍역을 치렀다. 경찰은 차 대표와 코인원 임원을 도박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혐의 없음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코인원은 이후 마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차 대표는 “마진 거래나 선물 등이 무조건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은 산업의 성장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규제책이 마련되고 투자자의 학습 정도도 높아지면 금융상품으로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암호화폐 업계의 제도화에 대해서도 조심스럽다. 그는 “지금 논의들은 거래 시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거래 시장이 가장 크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블록체인 사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진흥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됐던 위메이드의 위믹스와 다날의 페이코인을 예로 들었다. 블록체인이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생소하게 여겨지는 것 역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코인처럼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려면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도 다툼이 있다”며 “위믹스 역시 게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을 결제 사업에 쓰려고 해도 암호화폐가 끼어 있다고 하면 인허가가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가 강하니 (암호화폐) 거래 시장만 커지고, 또 거래 시장이 너무 커지니 규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고 부연했다. 금융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증권형토큰(STO)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의 우려와 달리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증권형토큰의 범위를 암호화폐로 넓히고 이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할 경우 민간 거래소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차 대표는 “해외에서도 암호화폐가 증권형으로 분류된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코인원은 최근 NH농협은행과의 원화 입출금 서비스 협력을 마무리하고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았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갖고 있는 사용자환경(UI)이 훨씬 편하고 계좌 개설에도 용이한 부분이 있어 파트너를 바꿨다”며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인원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카카오뱅크 사전 등록을 받은 결과 기존 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전환한 비율이 70% 이상에 달하고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도 이전보다 177%가량 높아졌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다시 활기를 찾게 되면 신규 유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암호화폐거래소 설립자이자 운영자이지만 차 대표는 암호화폐 투자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비상장 주식과 비슷하다”며 “대부분의 암호화페가 상장 주식처럼 커지기 전에 거래가 시작되다 보니 투자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차 대표는 주변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물으면 “비트코인을 사라”고만 답한다. 물로 암호화폐 전체 시장에 대한 차 대표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주춤해지고 시중 유동성이 회복하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차 대표는 현재 코인원의 당면 목표를 ‘점유율 확대’라고 했다. 예의 ‘점유율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얽매이지 않는다’ 같은 체면치레는 없었다. 그는 “사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래량이 정말 중요하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물론 있지만 그것을 지키는 선에서 경쟁 시장 안에서의 점유율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코인원의 점유율은 업비트·빗썸에 이어 국내 암호화페 거래 시장에서 세 번째다.


차 대표는 코인원의 지향점을 ‘블록체인 기반의 종합 금융 플랫폼’이라고 명확히 했다. 트레이딩뿐 아니라 다양하고 매력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아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요즘 차 대표는 블록체인을 핀테크 영역으로 확장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골몰하고 있다. 특히 조각투자 사업도 구상하고 있으며 암호화폐를 여러 서비스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월렛(지갑)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크립토 시장을 주시하면서 코인원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를 궁리하고 있다”며 “투자·투기로만 코인을 생각하는데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거래소의 역할이고 코인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He is.


△1989년 서울 △용호고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2009년 KISA 해킹 방어대회 3위, 코드게이트 국제해킹방어대회 3위, 데프콘 CTF 세계해킹대회 3위 △2014년 코인원(디바인랩) 설립 △2018년 포브스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선정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