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소환에 이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조사한다. 최고 ‘윗선’으로 지목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먼저 재판에 넘긴 상황에서 검찰은 조만간 첩보 삭제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4일 오전 10시께 박 전 원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이날 수사팀은 노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됐을 때 당시 상황에 대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를 받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씨의 피격이 확인된 이튿날인 그해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서 전 실장으로부터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고 국정원 문건 삭제 등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 전 실장은 당시 대통령에게 사건 발생과 조사 결과를 대면으로 보고했는데 검찰은 노 전 실장이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 내용과 대통령의 지시 시항, 이행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노 전 실장이 관계회의에서 이 씨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했는지도 함께 파악했다.
검찰은 노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조사를 토대로 조만간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윗선’인 서 전 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로 기소했다. 아직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첩보 삭제 혐의’에 대해서는 공범으로 지목된 노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을 함께 추가 기소하며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올해 내 사건이 마무리된다면 해양경찰청이 지난해 6월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후 약 18개월 만에 검찰 수사가 종료되는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이 “(서해 사건 보고를) 내가 최종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속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건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관계 기관에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 “국방부의 시신 소각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었으니 이를 다시 분석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최종 결정권자이자 최종 책임자는 서 전 실장”이라고 이미 못 박은 상황이다.
다만 숨진 이 씨의 유족이 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어서 검찰이 추가 조사할 여지는 남아 있다. 유족 측은 “사건 보고를 받고도 해당 국민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고발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