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U까지 대북 제재, 이젠 中에 ‘건설적 역할’ 이행 요구하라

유럽연합(EU)이 8개월여 만에 대북(對北) 독자 제재에 나섰다. EU 외교이사회는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하거나 자금을 댄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소속 김광연·길종훈 등 북한 국적 인사 8명과 북한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로케트공업부 등 기관 4곳을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EU는 이 사실을 관보에 올리면서 “북한의 불법 미사일 발사가 급증하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지속해서 훼손하고 있는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EU의 대북 독자 제재는 올 4월 이후 처음이며 예고 없이 깜짝 단행됐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국제사회의 금도를 넘었음을 방증한다. EU는 “북한은 올해 1월 5일에서 11월 18일 사이 최소 6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여기에는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최근 몰아치기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것은 대북 평화 타령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 크다. 탈북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누구든 북한에서 단 일주일만 살아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허튼 비핵화 약속을 그대로 믿고 대외적으로 적극 대변하는 역할까지 했다.


EU도 미국 등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제는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ICBM 발사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조치를 번번이 가로막았던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2일 한중 외교장관 화상 회담에서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을 실행하도록 중국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의 ‘뒷배’ 역할을 멈추고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북핵 폐기의 길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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