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개발한 신약이 향후 10년 안에 전세계 의약품 매출 순위권에 랭크되는 것은 절대 꿈이 아닙니다. 케이캡이 그 꿈을 이루겠습니다.”
한국 30호 신약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1000억 원 넘게 처방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개발의 주역인 송근석 HK이노엔 연구개발(R&D) 총괄(전무)은 이 약의 글로벌 시장성을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해 미 임상 3상 시험에 최근 착수한 상태. 송 전무는 1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무난히 FDA 승인을 받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세계 의약품 판매 순위 10위인 길리어드의 ‘박타비’는 한 해 동안 86억 달러(11조 원) 어치가, 20위인 화이자의 ‘이브란스’는 54억 달러(약 7조 원)가 팔렸다. 송 전무가 얘기한 ‘순위권’이 구체적으로 몇 위권을 뜻하는지는 모르지만 HK이노엔이 케이캡에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케이캡은 ‘P-캡’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약으로 HK이노엔은 이 약을 100개국에 진출시켜 글로벌 톱 의약품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송 전무가 2009년 케이캡 개발을 제안한 건 ‘돈 버는 신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국내 신약 중 미 FDA 승인을 받은 약은 모두 6종이다. 그러나 대부분 시장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송 전무는 “값비싼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좋겠지만 연구와 개발, 임상이 어려운 대형 신약보다는 개발이 쉽고 시장이 크며 여러 곳에 쓰이는 약을 개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만약 케이캡이 FDA 승인을 받게 된다면 FDA를 통과한 7번째 국산 신약이 된다. 7번째 신약만은 돈을 버는 약이 될 것이라는 게 송 전무의 말이다.
전세계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6조 원이나 된다. 케이캡과 같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는 위가 아픈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 때문에 약을 먹는 사람에게도 두루 처방된다. 약 복용에 따른 위산과다, 속쓰림, 역류를 완화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도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전무가 처음 P-캡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개발하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모두가 반대했다. 기존 프로톤 펌프 저해(PPI) 방식 약에서 더 발전한 약이 나올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약 R&D 국책과제 선정에서도 2차례나 떨어졌다. 그러나 송 전무는 당시부터 P-캡 계열 약이 PPI 계열 약을 대체할 것으로 확신했다. 식전·식후 언제 먹어도 되고, 효과도 빨라 여러 면에서 PPI를 압도한다고 믿었다.
실제로 케이캡이 2019년 국내서 나온 이후 의료 현장에서 PPI 계열 의약품 대신 케이캡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케이캡은 2019년 309억 원 어치가 원외처방된 후 이듬해는 761억 원이, 지난해에는 1096억 원 규모가 처방됐다. 올해는 1~9월까지 922억 원이 처방되며 상업성 입증을 넘어 ‘대박 의약품’으로 기록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올해 나온 대웅제약의 P-캡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까지 더하면 P-캡 제제는 더욱 빠르게 PPI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아직 P-캡 계열 제제가 출시되지 않았다. 미 제약사 패썸(Phathom Pharmaceuticals)의 P-캡 약품이 올해 5월 FDA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송 전무는 “패썸의 약이 먼저 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계열 내 최고(베스트-인-클래스) 약품은 케이캡이 될 것”이라며 “미국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을 P-캡으로 대전환시키는 주인공이 돼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케이캡이 2025년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대웅제약이 펙수클루를 출시한 데 이어 국내외 제약사들이 앞다퉈 P-캡 캐발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시장 선점 효과가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송 전무는 이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다수의 P-캡 약물이 경쟁할 경우 기존 PPI 약물 시장이 P-캡 시장으로 더 빨리 넘어올 수 있어 시장 리더인 HK이노엔 입장에서는 불리할 게 없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