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내리면 동화 속의 세상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적설량이 많으면 교통과 물류 대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염화칼슘(CaCl2)이다. 추운 날씨에도 눈과 얼음을 녹여준다. 하지만 염화칼슘은 고가인 데다 환경에도 좋지 않다. 염화칼슘은 석회석(CaCO3)이나 어패류에다 염산(HCl)을 넣어 제조한다. 이때 부산물로 생성되는 탄산가스가 염화칼슘만큼 많이 배출되고 염산도 소금물을 전기분해해 만들기 때문에 많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염화칼슘은 지구환경을 이중으로 망치는 셈이다.
캐나다가 염화칼슘 대신 암염을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암염은 값이 저렴하고 환경에 악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 자동차 부식 측면에서도 염화칼슘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증발식 염전 소금과 전기영동식 소금을 만들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수입 염화칼슘을 사용한다. 대학교나 연구소, 병원, 첨단 기업에서도 고순도 소금을 전량 수입한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극초순수 염산, 핵융합 반응로와 원자로의 냉매로 활용되는 극초순수 액체 금속(나트륨·리튬)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초순도의 소금과 리튬염이 필요하지만 생산 기반이 없다.
연구소에서 퇴임한 뒤 태안 바닷가 마을에 작은 실험실을 마련해 놓고 해수를 수년간 들여다보며 해양 소재를 연구했다. 그 결과 발전소가 방출하는 폐열수(약 45도)를 염전 바닥에 순환시키면 기존 염전보다 약 10배 이상 빠르게 해수를 증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해수 온도가 일정해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 연중 염전을 가동하면 약 10배 이상 소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소금을 신속히 대량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제설제로 염화칼슘을 대체할 수 있다.
염전에서 소금을 1차 분리하고 남은 여액으로 마그네슘염과 칼륨염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여액에 가성소다를 가하면 순수한 수산화마그네슘의 백색 침전이 형성돼 다양한 산업 소재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가리비료로 사용되는 칼륨염 역시 비슷한 화학반응으로 순수 분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해수의 주요 성분이 제거된 최종 여액은 더욱 흥미롭다. 전기 배터리의 원료인 염화리튬, 핵연료인 우라늄염, 정밀 화학 산업과 원전에 사용되는 중수 등이 상당량 존재한다. 선진국에서는 예외 없이 이 여액을 처리해 리튬염과 우라늄의 생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 과학기술청은 리튬과 우라늄의 생산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한 바 있다. 중수도 마찬가지인데 일본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염전에서 증발된 해수 속에 중수가 약 50배 농축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분별 증류 방식으로 중수를 생산하고 있다. 모두 전략 산업 소재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해양 산업 소재가 첨단 과학과 산업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