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꽃이] '神의 문자'라는 환상을 깨니 이집트가 보였다

■신의 기록
에드워드 돌닉 지음, 책과함께 펴냄

로제타석 모습.

지난 2000여년 동안 완전히 잊혀졌던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가 1799년 로제타석 발견을 계기로 해독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럼 거꾸로 이 문자가 2000년 동안 해독이 안된 이유도 궁금하다. 그림처럼 생긴 이런 고대 이집트 문자는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흔하다. 현재도 누구나 이집트 건물 유적의 벽이나 기둥에서 이 문자를 볼 수 있다.


신간 ‘신의 기록-로제타석 해독에 도전한 천재들의 분투기’는 로제타석이 발견되고 갖가지 난관을 뚫고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의 해독이 이루어진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그림문자의 완전한 해독과 함께 고대 이집트 본 모습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이 문자가 ‘보통 문자와 다른 뭔가 신성하고 신비한 것’이라는 굳은 선입견을 깨뜨리고 가득찬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고대 이집트 언어도 다른 고대 문명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서기 30년전 이집트 왕국의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가 사망하면서 3000여년 장구한 고대 이집트 문명은 막을 내렸다. 이후 이집트를 지배한 기독교화한 로마와 이슬람은 고대 문명을 파괴하고 언어마저 바꾸었다. 고대 이집트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이 사라졌고 7세기 무렵에는 언어 자체가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고대 이집트 문자가 오히려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된다. 서기 400년 무렵 이집트인 호라폴로는 고대 이집트어를 그리스어로 ‘히에로글리피카(성스러운 새김)’이라고 불렀다. 문자가 아니라 ‘새김’이고 또 숭배 대상이 된 것이다.


책은 “형상화된 그림 형태는 이 문자가 무언가 신비롭고 고차원적인 세상의 진리를 숨기고 있는 추상적인 의미 덩어리라는 억측을 낳았다. 이러한 믿음은 심지어 뉴턴 이후 ‘과학의 시대’까지도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이집트 최대 신전 중에 하나인 아부심벨. 벽면 가득히 ‘그림문자’가 적혀 있다.

로제타석이 이런 풍조를 바꾸었다. 로제타석은 이집트를 침공한 프랑스 군대에 의해 1799년 나일강 하류 델타지역 로제타라는 곳에서 발견됐다. 높이 1.1m, 폭 0.8m에 무게 760㎏였는데 한쪽 면이 매끈하고 여기에 글자가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로제타석은 프랑스군의 항복을 받은 영국군에 1801년 인도됐고 이후 지금까지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로제타석은 세가지 언어가 쓰여 있다. 위쪽은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이고 아래는 그리스어였다.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 부분도 다시 성체자(聖體字)와 속체자(俗體字)로 나눠져 있었다. 성체자 혹은 일부에서는 ‘신성문자’로 부르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고대 그림문자이고 속체자는 이를 간략하게 줄인 것이다.


로제타석 발견으로 19세기 초부터 세계 이집트학 및 언어학계가 들썩였다. 당시 그리스어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집트어도 쉽게 해독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집트어·그리스어 합본 발견은 이때가 처음이다. 저자는 “그리스어와 비교되고 ‘신비한 의미를 품은 고귀한 문자’라는 통념이 깨지면서 그림문자는 해독의 실마리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장프랑수아 샹폴리옹 초상.

책의 주인공은 프랑스인 장프랑수아 샹폴리옹(1790~1832)과 영국인 토머스 영이다. 결국 샹폴리옹이 최종 해독에 성공한다. 저자는 “영이 해독의 첫 실마리를 발견하고 샹폴리옹은 그 비밀을 열어젖혔다”고 말했다.


샹폴리옹은 성공은 사고의 전환에 따른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그림문자도 결국 ‘그림’ 하나하나가 단어의 한 철자라는 것이다. 그림 여러 개가 뭉쳐서 하나의 단어라는 의미다. 또는 그림 하나가 단어 하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문자가 결국 ‘신의 기록’은 아니었던 셈이다.




책의 원제는 ‘The writing of the gods-The race to decode the rosetta stone’이다. 원문에서는 신들(gods)이라는 복수지만 번역에서는 ‘신’ 단수가 됐다. 다신교 사회였던 고대 이집트의 분위기를 살리려면 ‘신들의 기록’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2만 5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제공=책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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