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구적 위기 온다"…세대교체·외부수혈로 혁신 가속

■ 롯데, 35개사 정기 임원인사
이훈기 사장 등 40~50대 임원 확대
면세점 김주남·홈쇼핑 김재겸 등
내부 전문가들 전략적 재배치도
멤버스에 그룹 첫 女대표 김혜주
신동빈 장남 신유열은 상무 승진
송용덕·김현수·하석주 3명은 용퇴



롯데그룹이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거 교체하며 쇄신을 택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영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사장단 회의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롯데’를 강조해온 만큼 과감한 변화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롯데는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늘리고 외부 인사를 적극 수혈하며 미래 경쟁력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15일 롯데에 따르면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기점으로 롯데의 CEO 전체 평균연령은 지난해(58세) 대비 1세 젊어졌다. 사장 직급의 경우 3세가량 낮아졌다. 올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첫 대표이사로 롯데지주 신성장2팀 이원직 상무가 선임되면서 40대 CEO가 탄생한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이훈기 롯데지주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혁신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50대 사장 반열에 올랐다.


올해 발탁된 신임 임원 중 40대 비중은 46%에 달한다. 1978년 이후 출생한 40대 초반의 신임 임원도 4명이다. 롯데그룹의 인재 개발과 경영 개선을 이끌었던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도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외부 인사 적극 영입 기조도 이어갔다. 롯데는 지난해 실시한 정기 인사에서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백화점사업부 대표(부사장)를 포함해 4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올해도 그룹의 모기업인 롯데제과에 LG생활건강 출신인 이창엽 부사장을 내정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 부사장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올해 7월 합병을 통해 종합 식품 기업 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한 만큼 글로벌 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멤버스 첫 외부 여성 대표를 맡은 김혜주 전무는 금융·제조·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로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에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으로 장기간 검증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전략적으로 재배치해 역할을 강화했다.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에는 김주남 전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전무)이,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는 김재겸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전무)이 각각 내정됐다.


지난해 실적이 저조했던 롯데면세점과 롯데호텔 등에서는 대표이사들의 이동이 줄지었다. 안세진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가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했고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가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하이마트는 내년 3월 임기 만료가 예정된 황영근 대표이사를 대신해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가 맡기로 했다. 기존 슈퍼사업부는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이사가 겸임해 맡는다.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장기간 검증된 기존 CEO들도 재배치됐다. 지난달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현철 부회장은 중대한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기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재계 관심이 쏠렸던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로 승진하며 역할이 확대됐다. 롯데 관계자는 “(신 상무가) 수소와 전기차 소재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협력을 강화한 성과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여성 임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여성 임원은 47명으로 지난해보다 12명 증가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올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이미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고 기존 비즈니스유닛(BU) 체제를 대신해 헤드쿼터(HQ) 체제를 도입하는 등 경영 체제를 대폭 바꿨기 때문이다. 삼성·SK·LG 등 대부분의 주요 그룹들도 올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계열사 대표들을 대부분 유임시키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건설발 자금 위기설과 일부 계열사에서 겪고 있는 실적 악화로 인해 롯데는 또다시 쇄신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신 회장은 “과감한 혁신으로 롯데를 바꾸자”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자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 등 변화와 혁신을 줄곧 강조해오기도 했다. 올해 큰 폭의 임원 인사 역시 이 같은 ‘뉴롯데’를 향한 도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롯데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변화와 쇄신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검증과 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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