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으로 쓰던 일본 가옥서 한복 홍보…"답답할 노릇"



부산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논란의 영상.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정부와 부산시가 후원해 제작한 한복 홍보영상이 일본 적산가옥에서 촬영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부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한복 품은 부산’ 행사의 한 홍보 영상이 동구 수정동 ‘문화공감수정’에서 촬영됐다. 그런데 이 공간이 적산가옥으로 지어진 데 더해 해방 이후 ‘정란각’이라는 고급 요릿집(요정)으로도 활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공간은 이후 지난 2007년 국가등록문화재 제330호로 지정됐다. 적산가옥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소유했다가 일반 국민에게 넘어간 일본인 소유 주택을 말한다.


부산시는 ‘2030부산 월드엑스포’ 유치를 노력하면서 부산을 한복문화 거점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와 함께 ‘한복 품은 부산’ 행사를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왜 하필 한복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드는데 이곳에서 촬영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참 답답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한복’을 ‘조선족 복식’으로 소개하고 있고, 중국 대표 전자제품 기업인 샤오미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서는 한복을 ‘중국 문화(China Culture)’로 소개해 큰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면서 “이처럼 중국은 한복을 자신의 전통문화로 편입시키려는 ‘한복공정’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데, 이런 어이없는 상황은 중국에 또 하나의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튼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한다. 최근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중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탈춤도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아무쪼록 우리의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시는 논란을 인지하고 이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한 상태다. 재편집한 영상을 공개할 시기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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