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채권 시장을 휩쓴 가운데 롯데건설이 2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해 주목된다. 롯데건설은 살얼음판인 건설채 시장의 경색을 뚫기 위해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렸을 뿐 아니라 롯데케미칼(011170)로부터 신용 보강을 받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지원도 받기로 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5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달 26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1년으로 연 5% 후반대 금리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최근 건설채에 대한 시장의 기피가 커지자 KB증권을 필두로 삼성증권(016360)과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을 회사채 발행주관사로 삼아 내년 1월 2일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롯데건설의 공모 회사채 발행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지난 7월 SK디앤디(210980) 이후 약 6개월 만에 나오는 건설채다. 올 하반기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미분양 주택 물량 등이 쌓이면서 건설사에 대한 투자 심리는 여전히 냉각된 상황이다. SK디앤디는 7월 2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30억 원 어치 주문만을 받아 대규모 미매각을 냈다.
롯데건설은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내년 2월 만기가 찾아오는 400억 원 어치 회사채와 롯데케미칼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의 독자 신용등급은 A등급이지만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보강을 받아 AA+등급 회사채로 발행한다. 건설사의 신용 위험을 우려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안심시키면서 발행 물량의 절반(1250억 원)까지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둘러싼 자금 만기들이 대거 예정돼 10월부터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선바 있다. 롯데건설은 연말까지 약 3500억 원, 내년 1분기에도 1조8700억 원 가량의 유동화 증권 만기가 돌아와 대규모 현금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건설은 롯데 계열사들이 유상 증자와 대여로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여전히 단기 자금 시장에서 연 10%가 훌쩍 넘는 금리에 자금 차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는 롯데건설의 20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은 각각 5000억 원과 3000억원의 자금을 3개월 만기로 롯데건설에 빌려준 바 있다.
롯데 계열사들의 롯데건설 지원에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004990)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면서 "업황 부진으로 영업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M&A 자금과 계열 지원 부담이 커졌다" 면서 "이를 상쇄할 만한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회사채 시장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수요가 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도 11월 말부터 기관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며 채권을 인수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6일 SK텔레콤은 9월 GS에너지 이후 두 달여 만에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낮은 금리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