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에서 얻은 범죄 수익을 숨기는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측근 2명이 구속됐다. 범죄 수익 은닉 조력자들의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검찰이 김씨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는 모양새다. 다만 김씨가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바 있어 검찰이 곧바로 수사 강도를 끌어올리기 보다는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와 화천대유 이사 최우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는 게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발부 사유다.
두 사람은 모두 김씨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 출신인 이씨는 2018년 김씨 부탁으로 화천대유에 합류했다. 이후 김씨 통장이나 인감·자금인출 등을 관리하는 등 화천대유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과거 목포 지역 조직폭력 조직에 몸 담았던 인물로, 김씨와는 20년 동안 알고 지냈다. 화천대유에서는 살림살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김씨 지시로 260억원 상당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대장동 개발 수익을 수표로 인출해 숨겨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를 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징 보전이나 압류 등을 피하려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김씨와 이들 사이의 돈 거래와 재산 은닉 등에 대한 추가 수사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김씨 최측근 2명에 대한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대장동·위례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겨냥한 수사 동력을 추가로 확보한 모습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김씨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거나 수사에 가속을 붙이기 보다는 한동한 ‘숨고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측근 체포에 따른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김씨가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생명에 지장은 없으나 폐 부위 손상으로 폐 부위에 고인 피를 빼는 치료는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수개월에 걸친 수사로 수사팀의 피로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도 측근의 체포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김씨 치료에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될 수 있는데다, 신체·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수사 강도를 높일 경우 자칫 좋지 않은 결과만 가져올 수 있어 검찰이 다소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검찰은 이 기간에 수사팀에게도 다소 휴식 기간을 주면서 김씨 심경 변화를 조심스럽게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며 “그가 재차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만큼 퇴원 이후 어떻게 그의 신병 안전을 유지할지에 대한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