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각 산업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를 이전보다 강화하는 내용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개편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ETS 개편에 맞춰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식 시행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16일부터 진행된 약 30시간의 회의 끝에 ETS 개편안에 합의했다. ETS란 산업 시설과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EU 각 회원국에서 정한 수준을 초과할 경우, 초과량에 대한 배출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앞서 지난해 EU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내용의 '핏포55(Fit for 55)' 계획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로 ETS 개편을 추진해왔다.
이번 개편에 따라 EU는 ETS 적용 분야의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를 2005년 배출량 대비 62%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전 목표치는 2005년 배출량 대비 43%였다. 동시에 2027년부터는 건물·도로교통 분야에도 배출권 거래를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시 이 분야에 대한 시행 시기는 1년 연기된다.
또 EU는 이달 13일 CBAM 시행에 합의한 만큼, 역내 탄소 다배출 기업에 적용되는 '무료 할당제'도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무료 할당은 EU 내 탄소 다배출 사업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일정 수준까지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지 않도록 예외를 둔 장치다. CBAM이 시행되면 역외 기업들도 동등한 탄소배출 비용을 지불하게 돼 보호 장치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CBAM 역시 무료 할당제 폐지 시기에 맞춰 2026~2034년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다만 시범 적용은 내년 10월부터다. CBAM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로, EU는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수소·전력 관련 품목에 CBAM을 시범 적용한 후 자동차·유기화학물질 등 다른 분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 EU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간 동안 영세기업과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867억 유로의 기금을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기금 재원은 회원국 정부와 탄소배출권 수익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개편안은 여전히 EU 27개 회원국의 동의와 유럽의회의 표결을 필요로 한다. 표결은 내년 1~2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 내 여론과 별도로 CBAM을 둘러싼 무역 상대국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은 EU가 기후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탄소 배출 측정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도국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일부 개도국들은 EU와 CBAM 적용 면제 등의 협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