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머니카페] 2023년은 채권의 해라는데…ETF 뭘 담아볼까?


올 들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올 들어 채권형 ETF로 흘러든 자금 규모가 주식형 ETF를 크게 압도했다는 것이죠. 올해 채권형 ETF는 무려 4조 9438억 원의 투자금을 흡수하며 주식형 ETF(유입액 2조 4103억 원)의 2배를 기록했습니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의 혼란 속에서 대규모 ‘채권개미'가 탄생한 것인데요. 증시 전문가들 역시 내년은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채권의 역할이 커지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증권가에서 새로운 유형의 채권형 ETF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은 예년 대비 훨씬 커졌습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선 다양해진 채권형 ETF들을 면면을 들여다보고 ‘나’에게 적절한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장기채 ETF에 대한 자금유입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한창 치솟아 오를 때 장기채 ETF들은 금리 변동에 대한 노출도가 크다는 점에서 단기채 ETF 대비 인기가 없었는데요,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 전망에 금리 인상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국고채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장기채 ETF를 찾는 투자자들이 대폭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리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금리 인상기 가격 하락폭이 훨씬 컸던 장기채 ETF들은 금리 안정기 이후 이어질 하락 국면에서 훨씬 가격 상승 메리트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둔 투자자라면 시세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겠죠. 최근 1개월 자금유입 상위 채권 ETF 목록을 보면, ‘TIGER 중장기국채(302190)’(233억 원),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202억 원), ‘KOSEF 국고채10년(148070)’(143억 원), ‘ACE 국고채10년(365780)’(107억 원) 등 장기물들이 대거 진입한 모습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금리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단기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들도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부동의 1위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에는 최근 1개월간만 1조 8962억 원이 유입됐어요. 이 상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인데요. 금리 인상기에는 손실을 보지 않는 데다가 매일 이자가 복리로 쌓인다는 점에서 올 들어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ETF는 잘 사들이지 않는 연기금에서도 12월 들어 이 ETF를 346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전체 종목 중 세 번째로 많이 사들였습니다. 미 연준이 물가 안정세에도 여전히 금리 인상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금리 상승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요즘 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채권형 ETF로는 만기매칭형 상품들이 있습니다. 바로 채권처럼 만기가 되면 상환금을 분배하고 상장폐지되는 ETF입니다. 만기매칭형 ETF 8종이 처음으로 동시 상장한 11월 22일 이후 약 3주 만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이후로도 후발주자들이 합류하면서 국내 상장된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수는 총 10개가 됐습니다. 투자 채권 유형별로 국고채 4종, 은행채 1종, 회사채 5종입니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 만기수익률. 자료=미래에셋증권

만기매칭형 ETF들은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약속된 기대 수익률과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채권의 특성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한편 채권과 달리 소액투자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죠. 일반적인 채권형 ETF의 경우 편입 채권들의 만기가 줄어들면 구성 종목을 롤오버하는 방식으로 ETF를 계속 유지합니다. 편입 채권들이 계속 교체된다는 의미죠. 때문에 일반 채권형 ETF 투자자들은 특정 시점에 산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아니라 특정 만기에 해당하는 채권들을 계속 바꿔가며 보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만기매칭형 ETF는 처음 설정한 채권들을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에 만기 시 수익률을 노릴 수 있고, 중간 매도를 통한 시세 차익 역시 얻을 수 있습니다. 대신 중간 매도에 따른 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됩니다.


이들의 기대 만기수익률은 3~6%대로 다양합니다. 가장 안정적인 국고채에 투자하는 ETF들은 각 운용사에서 제시한 만기수익률이 ‘KODEX 23-12국고채액티브’ 3.81%, ‘HANARO 32-10국고채액티브’ 3.58%, ‘SOL 24-06국고채액티브’ 3.66%, ‘TIGER 23-12국공채액티브’ 4.01% 등인데요, 물론 기대 수익률도 변동이 가능합니다. 종목 이름 내 숫자는 만기기한을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23-12 국고채’란 2023년 12월 만기인 국고채에 투자하는 ETF란 의미입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투자 상품의 경우,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을 편입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하는 데요. 우선 현재 상장된 회사채 ETF들은 AA-급 이상 채권만을 가져가며 AA급 이상의 채권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마지막으로 채권과 단일 주식 종목을 혼합한 채권혼합형 ETF를 살펴볼까요. 이들은 영향력 있는 개별 주식 1개를 일정 비중으로 담고 나머지를 국채 등 안정적인 채권으로 채운 것이 특징입니다. 종류별로 알아볼까요. 삼성전자(005930)를 담은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Wise(448330)', 테슬라를 담은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447770)’, 엔비디아를 담은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448540)’, 애플을 담은 ‘ARIRANG Apple채권혼합Fn(447660)’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단일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30~40% 채우고 나머지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개별 주식을 직접 투자하지 않고 ETF를 통해 보유할 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주가 하락 시 방어율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증시 부진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채권과의 혼합 투자를 통해 방어율을 높이려는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신, 주가 상승 시에는 그 만큼 상승 효과가 제한되겠죠.


운용사들은 이들 혼합형 ETF들은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가 가능해 연금계좌 내 주식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역시 투자 포인트로 꼽습니다. 이 ETF들은 주식과 채권을 각각 30%, 70%가량씩 보유해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혼합형 ETF(30%)와 위험자산 주식형 ETF 70%로 계좌 내 주식 비중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가능합니다. 다만 일각에선 단일 종목의 비중이 높은 ETF인 만큼 분산투자의 효과는 떨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의 최대 장점은 분산 효과인데 주식 비중이 높아 변동성에 노출되는 정도도 커진다”며 “본인의 투자 성향을 잘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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