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네슬레



1929년 시작된 세계 대공황 여파로 커피 재고가 쌓이자 브라질 정부는 대안을 찾느라 머리를 싸맸다. 당시 브라질은 세계 커피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었다. 새로운 커피 제품 개발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판단한 브라질 정부는 1930년 스위스 식품 업체 네슬레에 도움을 요청했다. 네슬레 연구팀은 8년간의 노력 끝에 1938년 ‘네스카페’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물에 녹는 분말형 커피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네스카페는 이듬해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영국 등 연합군 군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쟁이 끝나자 지구촌 곳곳이 네스카페의 맛과 편리함에 빠져들었고 네슬레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네슬레의 출발은 1866년 미국인 사업가 찰스 페이지와 조지 페이지 형제가 스위스에서 세운 ‘앵글로스위스 연유회사’였다. 1905년 경쟁사인 ‘페린 락테 앙리 네슬레’와 합병한 뒤 사명을 ‘네슬레’로 바꿨다. 초창기 네슬레는 주로 연유·이유식·초콜릿을 생산해 커피와는 무관했다. 첫 도약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였다. 군대에 보급되는 유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각국 정부와 계약한 네슬레의 납품 규모도 커졌다. 1차 대전이 끝날 무렵 생산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네스카페’를 출시하며 커피 사업에 본격 뛰어든 네슬레는 그 뒤 커피 전문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2017년에는 ‘블루 보틀’을 인수했다.


네슬레는 네스카페·네스프레소·페리에 등 2000여 개의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식품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24조 원에 달했다. 네슬레가 최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4000만 스위스프랑(약 560억 원)을 투입해 새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네슬레는 “우크라이나를 유럽 생산 허브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전쟁이 벌어지는 나라에 투자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우리 기업들도 경영 여건이 어렵다고 움츠리지만 말고 선제적 투자 등으로 위기 극복의 출구를 찾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 정부도 ‘모래주머니’를 제거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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