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늘 오전 동해 상으로 2발 쏜 탄도미사일이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북한이 고체연료 로켓엔진의 지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도발이 신형 MRBM의 1단 고체연료 로켓엔진 비행시험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13분께부터 12시 05분께까지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M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해당 미사일은 정상 발사각도보다 높게 쏘는 고각 방식으로 발사돼 약 500km 가까이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은 구체적인 비행 고도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후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들은 최고 고도 약 550km까지 치솟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동향을 고려해 이번 MRBM 발사도발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동창리의 미사일발사시설인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톤포스(tf)의 추력을 내는 자칭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의 첫 지상 분출시험(일종의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상태다.
합참은 "한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행위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즉시 중단하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무력시위성 도발을 재개한 것은 지난 6일 동해상에 포병사격을 한 이후 12일 만이다.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발사 이후 한 달만이다.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우리 정부가 최근 통일부를 통해 내년초에 북한 인권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한 데 따른 반발로 풀이 된다. 또한 우리 국방부가 2022년도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복원하기로 한 데 따른 반발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18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끼리'는 통일부의 북한 인권 보고서 공개 방침에 대해 ‘자멸을 재촉하는 체제대결 광기’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것은 ‘북 인권문제’를 더욱 여론화, 국제화함으로써 반공화국 압박을 일층 강화하려는 극악한 체제대결 망동”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또 다른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도 이날 ‘극악한 대결광들의 분별없는 추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리 국방부의 국방백서 방침과 관련해 “역적패당의 이러한 망동들은 괴뢰군 내부에 반공화국 적대 의식을 고취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이 올해 들어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이번까지 총 62발에 달했다. 순항미사일도 3차례에 걸쳐 발사했다. 이밖에도 동해상 등으로 포격사격을 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대남, 대미 시위성 무력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북한이 아직도 대남 적화통일 및 대미 대결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앞으로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층 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군사도발이 오판임을 깨닫게 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하 국민의 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을 포함한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국가 연대는 김정은 정권의 이러한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바이며 반드시 적대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의 무분별한 도발을 억제하고 이들의 대화 의지에는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해 북한이 ‘정상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김정은 정권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있으며 국제 사회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며 “이제 김정은 정권에게 주어진 유일한 출구전략은 대화와 협상뿐”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