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금리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내년 1월 첫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은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여·수신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신(新)관치’가 거세지자 시장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15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4.34%로 전달보다 0.36%포인트 오르자 이를 준거 금리로 삼는 시중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15일 기준 5.26~7.36%였던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이튿날인 16일 5.19~7.72%까지 올랐다. 반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이다. 전날 4.78~6.2%였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16일 4.743~6.2%로 하단이 소폭 내려갔다. 이에 따라 변동형 주담대 금리와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차이는 0.447~1.52%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고정형 상품에 비해 크게 높아지면서 이제는 확실하게 고정형 주담대를 받는 것이 유리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는 모양새다. 내년 초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되고 이에 따라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대출금리는 물론 변동금리의 준거 금리인 코픽스 산출에 영향을 주는 예적금 금리까지 인하를 유도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과는 다르게 금리가 움직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코픽스 상승에도 일부 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이전보다 내리기도 했다. 16일 신한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5.21~6.46%에서 5.19~6.44%로 하락했으며 하나은행 역시 6.117~6.717%에서 6.218~6.818%로 코픽스 상승 폭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전세대출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는 전세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싸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당국이 은행 대출금리 인상 정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한 뒤 은행들이 전세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예비 세입자들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전세대출 금리를 0.65~0.85%포인트 낮췄으며 NH농협은행도 내년 1월 2일부터 고정금리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1.1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NH농협은행의 고정형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 하단은 4.8%대까지 떨어지게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은 4.9% 정도다. 실제로 전세 시세가 9억 5000만~11억 원 정도인 마포구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84㎡(전용면적 기준)형의 경우 지난달 보증금 5억 5000만 원, 월세 160만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전월세 전환율이 4%대로 전세대출 이자와 매달 내야 할 월세 차이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은행 금리 개입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결정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리려면 조달 금리를 낮춰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결국 예적금 고객들이 제몫을 받지 못하게 한다”며 “금리는 시장에 맡겨두고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려면 다른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다르고 한동안 높은 수준에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는 무조건 금리 면에서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조언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금리는 정점을 찍고 바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주담대의 경우 그래도 고정금리로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며 “중도상환 수수료와 비교해 금리가 확연하게 낮아질 때 변동형으로 갈아타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