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91% 목표는 ‘생존’…언제까지 예산 볼모 잡을 건가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이 내년에 확대가 아닌 생존을 목표로 경영계획을 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종업원 수 30인 이상 기업 240곳 가운데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68.5%는 ‘현상 유지’, 22.3%는 ‘긴축 경영’을 각각 내년 목표로 잡았다. 반면 확대 경영에 나서겠다는 기업은 9.2%에 머물렀고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비율도 15.4%에 그쳤다. 절대 다수 기업들이 내년에 원가 절감과 인력 감축에 치중하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꺼리면서 보수적 경영에 나서는 것은 갈수록 대내외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정쟁의 늪에 빠진 여야 정치권은 극한 대치로 내년 예산안 처리 시점을 계속 늦추면서 경제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예산안 처리 지연의 1차적 책임은 압도적 과반 의석으로 제동을 걸고 있는 거대 야당에 있다. 이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무능한 정부가 최대 리스크”라며 되레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야당의 주장대로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 세율을 1%포인트 찔끔 인하한다면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들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허용된 ‘주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가 민주당의 반대로 연말에 일몰하면 구인난이 심화돼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예산 심의와 입법을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이 위축되지 않고 투자와 채용에 나설 수 있게 ‘모래주머니’와 ‘신발 속 돌멩이’를 제거해줘야 한다. 경총 조사에서도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인하하는 정부안이 통과된다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업이 85%에 달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의회 권력’을 거머쥔 거대 야당이 몽니를 접고 예산안과 경제 살리기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