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공동주택 장기수선충당금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반대 집회에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일부 은마아파트 소유자들도 추진위의 집회 비용 처리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성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 공동대표는 20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추진위가 충당금을 사용하면 안 되는 시위비용 등에 유용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등에 행정조사 자료를 제출했다”며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충당금 사용을 위해서는 소유자 동의가 필요한데 선(先) 사용, 후(後) 동의를 받은 점, 외부에 거주하는 소유자들에게는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은마아파트 소유자가 단지에 거주하는 비율은 약 42% 정도로 나머지는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다”며 “소유자협의회가 조사해보니 추진위는 소유자가 아닌, 세입자 등에게 충당금 사용 동의를 받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집회에 주민을 동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충당금 유용은 사실무근이다. 집회에 필요한 비용을 예비비로 의결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번 GTX 반대 집회에 사용한 비용 역시 집회에 참여한 소유자들이 갹출하거나 추진위원장 사비로 충당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합동 점검반을 꾸려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실태를 점검했다. 합동 점검반은 조사 결과를 언론에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 합동 점검반이 충당금 사용 현황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고 추진위가 공금을 예비비로 유용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지만 국토부는 이에 대해서 별도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한편 이 대표는 “은마아파트 소유자 가운데 단지 밑을 통과하는 GTX-C 노선에 찬성하는 이들은 없다. 대신 찬반을 두고 주민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 있다”며 “국토부가 열차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구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 예타보고서 기준 삼성역 플랫폼 설계가 다소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국토부와 서울시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 결과 서로 뒤바뀐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위례신사선(지하 4층)과 GTX-C 노선(지하 6층)이 제 자리를 찾은 만큼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은마아파트를 우회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제 3의 노선이 어떤 곳을 지나는지 묻자 이 대표는 “국토부와 서울시 등이 여러 노선을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난 주민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면서 “열차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1km이상 구간이 짧아져 경제성도 높아지는 대안을 국토부에서 적극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원 장관은 지난 달 23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매일 30만명이 이용하는 발이 될 예정인데 누가, 무슨 자격으로 가로막느냐”며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국책 사업에 협조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