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 둔화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가·환율에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등 각종 변수가 많아 물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둔화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20일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자료를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11월 경제 전망에서 소비자물가가 올해 5.1%를 기록한 뒤 2023년 3.6%, 2024년 2.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의 오름폭 축소 흐름이 이어졌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기·가스 요금도 인상되면서 반기 기준 물가 상승률은 5.7%(7~11월)로 1998년 하반기(6.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 가운데 서비스가 1.91%포인트, 공업제품이 1.63%포인트. 석유류가 0.80%포인트씩 물가를 끌어 올리는 영향을 줬다.
향후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유가는 하방 압력이 커졌으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한과 가격상한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대규모 감산 등 공급 측 불안 요인도 여전한 상태다. 곡물 등 국제 식량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 연장 등 하방 요인과 이상 기후, 경작 비용 상승 등 상방 요인이 혼재해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통화 긴축에 따른 국내외 성장세 둔화 영향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 폭의 단계적 축소, 전기·가스요금 인상 정도 등 정부 정책도 향후 물가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속도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유가 및 환율 흐름,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정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상방압력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 압력이 상당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