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구조적 재정 악화 불보듯한데…원격의료 등 혁신의료 도입은 규제에 막혀

[시한부 건보재정 대수술만이 살길]
65세 이상 진료비 전체의 43%
AI활용 등으로 비용 절감 절실

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내년부터 적자에 접어들고 적립금이 2028년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구조적인 원인이다.


65세 이상에게 지급된 건보료 비중은 2018년 40%대에 진입했으며 조만간 50%선을 뚫고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인구문제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이른바 ‘가성비’ 높은 의료 행위를 통한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인공지능(AI), 원격의료 등 혁신 기술 도입은 각종 규제에 막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건보 진료비는 2017년 27조 6533억 원, 2018년 31조 6527억 원, 2019년 35조 8247억 원, 2020년 37조 4737억 원, 2021년 40조 6129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39.9%였던 전체 건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40.8%로 올라선 뒤 지난해 43.4%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65세 이상 건보 진료비는 앞으로도 크게 늘 것이라는 점이다. 백롱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2045년 일본의 고령화율(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을 추월하고 2060년에는 아픈 사람 반, 덜 아픈 사람 반으로 인구구조가 바뀔 것”이라며 “의료 비용 증가율이 굉장히 가팔라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의료 혁신이 절실하지만 도입 속도는 더디다. 백 교수는 “AI가 접목된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질환 예방, 신속한 치료, 의료비 절감을 이뤄내면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비용은 클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지출 감소에 기여할 수 있는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격의료는 22년 전인 2000년 시범 사업이 시작됐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면서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재 일시적으로 허용돼 있지만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의료기관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혜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총 3개의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들은 원격의료 허용 대상 환자로 △주기적인 대면 진료를 받는 만성 질환 보유자 △수술 후 관리를 받는 환자, 섬·벽지 거주자 등으로 한정했다. 또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의원급으로 국한했다.


의료계에서 원격의료 도입 움직임에 대한 반대가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주류 의료인들은 반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2024년 총선 등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 속도를 늦추면 건보 재정 건전성은 좋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인구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면서도 비용은 줄일 수 있는 원격의료나 AI 활용 등의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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