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9월 재정관리실 채권 담당 직원이 46억 원을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밝혀지며 내부 관리 부실로 도마 위에 올랐다. 공단 사상 최대 규모의 내부 횡령은 ‘채권 압류로 지급이 보류된 진료비’에서 발생했다. 의료기관의 채권자는 건보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진료비 채권을 압류하고, 공단에 진료비 지급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단이 의료기관 대신 의료기관의 채권자에게 진료비를 지급하는데, 채권자에게 지급되기 전 대기 중인 진료비를 6개월간 세 차례에 걸쳐 횡령하는 동안 공단 측은 횡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0년부터 12년간 국민이 매달 납부하는 혈세인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곳간에 내부 직원이 손을 댔다가 적발된 사례는 총 6건에 달했다. 2014년 12월 징수부 소속 직원이 사업장 소급 상실 신고로 발생한 430만 7400원을 본인 소유의 차명 계좌로 지급 처리한 사실이 2016년 적발돼 처벌받기도 했다. 당시 공단은 지급 계좌 등록 시스템의 ‘예금주 성명’을 수령 권한이 있는 사업장, 개인 가입자 등으로 고정되게 하거나 시스템에서 수령 권한자와 예금주를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했다. 하지만 불과 6년 만에 채권자 계좌 정보를 직원 개인의 계좌 정보로 ‘바꿔치기’하는 유사한 방식의 횡령 사건이 재연되며 허점을 드러냈다.
공단은 지난달 재발 방지 대책으로 지급 계좌 관리 권한을 분산하고 최종 승인 권한을 상향하는 이중 점검 체계를 내놓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청구·지급 권한을 나눠 갖는 급여 지급 체계와 달리 유독 채권만은 청구·지급 모두 공단이 담당해 온 상황이다. 무려 5차례나 내부 횡령이 벌어지는 동안 채권 업무 권한을 분리하는 형태의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사상 초유의 대규모 횡령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