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 저성장 경고등…정치 복원이 시급하다

우리 경제에 1%대의 저성장 경고등이 켜졌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낮춰 잡은 내년 경제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이미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규모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줄었고 누적 무역 적자는 489억 68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러다가는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해 0%대 ‘제로 성장’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은 투자 위축과 고용 악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구조 개혁을 서둘러 경제 체질을 바꾸고 기술 초격차 확보와 인재 육성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 모빌리티·우주·의료·양자·에너지 분야 등에서 5대 신기술을 육성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신성장 4.0 전략’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은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자국의 전략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입법과 정책으로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고민하기는커녕 국정 발목 잡기에 급급해 외려 경제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계속 제동을 거는 등 역주행으로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법인세 최고 세율 3%포인트 인하,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 법안 처리도 사사건건 가로막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예산과 입법으로 경제 위기 극복을 도와주지는 못하고 되레 걸림돌만 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전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생존을 넘어 전략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게 하려면 최소한 경쟁국들 수준으로 예산·금융·세제 지원을 하고 노동·규제 개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내려놓고 맘껏 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쟁을 멈추고 정치를 복원해 경제 위기 극복과 국민 통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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