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로리 식사를 했을 때 당뇨병을 유발하는 새로운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거친 생쥐와 인간 근육세포를 이용해 리지스틴이 미토콘드리아 항상성과 대사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아디포카인인 리지스틴(Resistin)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영양분을 산소와 반응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세포 내 공장'에 해당한다.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 대사증후군, 퇴행성 뇌질환이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염증에 관여하는 세포신호물질인 리지스틴에 주목했다. 리지스틴은 인체 내 백혈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다.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알려졌지만 당뇨병 발생과의 인과관계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리지스틴이 과분비 되는 유전자 조작 생쥐를 만들고 리지스틴 유전자를 없앤 대조군 생쥐와 비교했다. 그 결과 고칼로리 식이 상태에서 리지스틴 유전자를 없앤 생쥐는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을 유지했지만 리지스틴이 과분비 되는 생쥐는 미토콘드리아가 비정상적으로 쪼개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인간 근육세포에 이용해 연구한 결과 리지스틴이 근육세포 표면의 캡1(CAP1) 수용체에 결합하고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면서 MAM(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를 연결하는 막)을 형성해 미토콘드리아를 옥죄는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PKA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켜 미토콘드리아 분열에 중요한 Drp1 단백질의 인산화와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근육세포의 산소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에너지원인 ATP의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도 입증했다. 리지스틴이 미토콘드리아 분열을 유도하고 그 구조를 파괴함으로써 기능을 저하시켜 ATP 생성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근육세포의 포도당 사용이 저하돼 당뇨병이 초래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지스틴과 결합하는 수용체 등이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유망한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현재 단백질 간 결합을 억제하는 방식의 항체를 이용해 대사질환과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사질환 분야 국제학술지 '메타볼리즘: 임상과 실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