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민영화·M&A…풍문에 널뛰는 주가

애플카 테마주로 엮인 LG전자
하루만에 5% 오르며 상승 반전
산은도 HMM 매각소식에 요동
인터넷은행 진출설 제주은행은
4거래일간 64% 뛰다 23% 급락
거래소 조회공시 기능 강화해야


국내 증시가 풍문 놀이터로 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의 주가가 뜬소문에 급등했다 사실무근 발표에 급락하고 있다. 한국 증시 특성상 단기 투자가 많은 것 역시 이런 풍문에 휩쓸리는 현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이 나서 조회 공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4400원(5.1%) 오른 9만 3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6.7% 오른 9만 17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이달 들어 11% 넘게 하락 중이었는데 하루 만에 한 달 동안 빠진 주가를 절반 이상 들어 올렸다. LG이노텍도 이날 장중 주가가 3%대까지 급등했었다. LG디스플레이(2.3%)도 상승 마감했다.


연말 약세장에서 LG전자 주가 반등은 애플카 공동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 때문이다. LG전자는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LG전자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애플카 테마주로 엮이면서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소식에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이달 7일에는 애플카 출시 지연 소식에 7% 하락했다. 11월 4일에는 애플카 협력이 속도를 낸다는 소식에 7%가 뛰었다. 1월에도 12일(4.9%), 13일(6.2%) 강세를 보였다. LG전자는 재계 서열 4위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코스피 시총 21위(14조7774억 원) 기업임에도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주가가 널뛰고 있는 점은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더해 애플이 협력사의 기밀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섣부른 보도와 소문은 계약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확인 풍문에 주가가 휘둘리는 사례는 이뿐 아니다. 최근 제주은행이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지주와 제주은행이 나서서 인터넷뱅킹 진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주가는 요동쳤다. 제주은행 주가는 인터넷은행 진출설이 나온 뒤 4거래일 동안 64.8% 상승했다. 하지만 부인 공시 이후인 22일 하루에만 23.4% 급락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도입설 이후 관련 주인 한국정보통신·이루온 등의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현대카드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풍문 조회 공시 의무가 없다. 올해 6월 우리금융이 SK증권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SK증권 주가도 요동쳤다.


공기업의 지분 매각도 단골 메뉴다. KDB산업은행이 HMM을 매각한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급등락했다. 한국항공우주(KAI)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한화가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에 주가가 움직였다.


오히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는 것도 아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강성부 펀드의 투자설이 나돌며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했는데 막상 공시가 난 뒤에는 0.83% 상승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풍문에 대한 조회 공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닥 소형주뿐 아니라 LG전자나 기아를 비롯한 코스피 시총 상위권 종목들까지 풍문에 휘말려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봤다. 단타에만 집중하는 이벤트성 투자로 장기 투자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시 선진화를 위해서는 풍문 조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주주들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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