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활동도 투명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노조 부패 언급에 대해 민주노총은 반성하기는커녕 22일 “근거를 대지 못하면 남은 임기 내내 반노동 정권을 향한 노동자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되레 겁박했다. 앞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노동조합 회계감사자 자격 요건 강화와 회계 자료 제출 의무화 등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조에 대한 회계 투명성 강화 요구가 거센 것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거대 노조의 회계 내역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이를 감시할 시스템마저 없기 때문이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이명박 정부의 ‘노조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 보고서를 보면 노조의 회계 실태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법학회에 의뢰해 355개 기업 노조 대표 및 노조 담당자를 설문 조사한 결과 무려 87.6%가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 회계감사 선출도 총회(36.1%)와 대의원 대회(27%)를 통해 이뤄져 노조 간부가 회계감사 선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명박 정부의 보고서는 노조 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해법까지 제시했지만 이후 역대 정권에서 정책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깜깜이 회계’는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노조 부패를 척결하려면 회계 자료 제출과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추진 등 노조 감싸기를 중단하고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입법에 협조해야 한다. 노조도 회계 투명화를 거부하면서 기업에 투명 경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노조가 진정 노동자를 대변하려면 살림살이를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명백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