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서유럽의 소국 벨기에가 30년 만에 병력 확대를 추진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방위력 확대가 유럽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벨기에도 군비 증강 흐름에 합류하면서다.
현지 언론인 브뤼셀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벨기에 국방부가 현재 2만 5000명인 상비군 규모를 2030년까지 2만 9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벨기에가 징병제를 폐지한 1993년 이후 첫 병력 확대다. 1993년만 해도 벨기에 상비군 규모는 4만 5000명에 달했지만 지속적으로 줄었다.
이는 벨기에가 추진 중인 국방력 확대 계획의 일환이다. 벨기에는 인구가 1200만 명으로 작은 데다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 둘러싸여 있어 병력 증강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국에서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 2월 벨기에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약 47억 유로)인 국방비를 2030년까지 1.54%로, 2035년까지 2%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벨기에의 국방비는 2030년 69억 유로, 2035년 104억 유로로 늘어날 전망이다.
뤼디빈 드동데르 벨기에 국방부 장관은 매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더 이상 군대에 대한 투자를 미룰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평화 분담'에 기대왔다는 것을 알려줬다"며 "누군가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하지만 사이버, 정보, 물류 분야에 대한 국방부의 최근 투자가 옳았다는 점도 드러냈다"고 말했다. 다만 드동데르 장관은 벨기에군의 임무가 대형 임무에서 단독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유럽, 나토, 유엔의 틀 안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