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환테크’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내년 1분기까지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대 수익률 등을 고려해 환테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 60전 오른 1280원 80전에 마감했다. 10월 1442원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날에는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넘게 하락하면서 그동안 외화 예적금을 투자 수단으로 활용했던 ‘환테커’들도 고민에 빠졌다. 외화 통장에 추가로 자금을 더 넣어야 할지, 아니면 넣었던 자금을 이제는 인출할지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외화 정기예금은 가장 손쉽게 환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 변동에 의한 차익은 물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이 판매하는 외화 정기예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 1일~2년까지로 다양한 데다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가입 기간별로 제공하는 금리가 차이 난다. 이달 21일 기준 시중은행의 만기 1년 외화 정기예금(거주자 기준) 금리를 살펴보면 하나은행 4.94%, 우리은행 5.22%, 신한은행 4.80%, 국민은행 5.34%다. 10월 1일 기준 우리은행은 4.42%, 국민은행은 4.52%, 하나은행 4.50%, 신한은행 4.32%의 금리를 제공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외화예금 투자에 앞서 전문가들은 먼저 통화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최근 ‘킹달러’는 주춤해졌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고 연준이 내년 초 5% 안팎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한 만큼 내년 1분기까지는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20원, 불안 심리가 커지면 1350원까지 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달러 강세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라면서 “내년 1분기에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 1분기 이후부터 하반기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125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이번 주 원·달러 환율 종가가 1280원을 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예전보다 환율에 하방 압력이 커진 것은 맞지만 상방 압력도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 여행 붐과 엔화 약세 기조에 힘입어 최근 ‘사재기’가 극심했던 일본 엔화의 경우 내년 1분기 이후 약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통화 중 엔화가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20년간 평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40~1065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올라 940~980원 선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환율 전망이 아주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는 달러(USD) 외화 정기예금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 연구원은 “달러는 평소에도 변동성이 큰 자산이기 때문에 개인 소비자들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기존 예금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신규 가입자는 가입 기간에 따라 이자 수익은 기대할 수 있어도 환차익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고점을 찍었기 때문에 내년 1분기까지 뛰어도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가입하고 싶다면 만기가 3·6개월인 단기 상품을 찾는 것이 좋다. 우리은행의 경우 3·6개월 만기 외화예금 금리는 4% 중후반대로 1년 만기 상품과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반면 기존 가입자라면 해지보다 내년 1분기까지는 유지해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분기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며 “1분기까지는 기존 상품 가입을 유지한다면 일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엔화 예금 가입은 금리가 걸림돌이다. 최근 일본중앙은행이 10년물 국채금리 목표치 허용 범위를 종전 ±0.25%에서 ±0.5%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는 -0.1%로 사실상 외화예금이 제공하는 금리는 0%다. 하지만 최근 원·엔 환율이 100엔당 960원대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세를 대비해 분할 매수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