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산책 중 덫에 걸린 반려견을 구하려다 반려인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시에 사는 A씨는 지난 22일 오전 9시경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부산 대저생태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산책 도중 반려견 한 마리가 덫에 걸리는 사고가 일어났고, A씨는 먼저 흥분한 다른 반려견의 목줄을 붙잡아 몸에 고정했다. 이어 소리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반려견을 보며 정신없이 양손으로 덫을 잡아 벌렸다.
A씨의 반려견은 덫이 강하게 압박하기 전 구출돼 다리가 잘리는 큰 사고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놀란 반려견들을 가까스로 진정시킨 A씨는 뒤늦게 손에 통증을 느꼈다. 왼손 검지 손가락 끝부분이 덫에 잘린 것이다.
사고가 난 곳은 A씨 부부가 매일 반려견들과 함께 산책하던 곳이었다. 목줄을 잡고 있었기에 반려견이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가지도 않았다.
늘 다니는 산책길에서 갑작스럽게 난 사고였다. A씨의 아내는 연합뉴스에 "사고가 나기 전날에도 같은 코스로 산책했고 주말엔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보기도 했다"며 "만약 강아지가 아니라 어린아이가 놀다가 다쳤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 대저생태공원에서는 A씨의 사례를 포함해 총 2건의 불법 덫이 발견됐다. 12월 중순 대저생태공원 내 유채꽃 단지에서 발견됐던 또 다른 덫에는 오리가 걸려있었다. 관리당국은 오리가 걸린 덫을 발견하고 순찰을 강화하던 중 A씨의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부산 대저생태공원을 관리하는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유채꽃 단지는 관할이 아니지만 신고가 들어와 순찰 구역을 넓혀 단속하던 중 반대편 캠핑장 인근에서 A씨 사고가 발생했다"며 "생태공원이 넓어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단속이 힘든 면도 있지만 최근 4년 내 이러한 일이 연달아 벌어진 적이 없어 예상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순찰을 강화하고 불법 덫 설치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이 매체에 전했다.
낙동강관리본부는 A씨가 입은 피해에 대해 보험사와 보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A씨 측은 관리본부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A씨 아내는 "이전부터 목줄 없이 산책하는 개, 날아다니는 골프공 등 위험한 상황에 대해 꾸준히 신고했지만 관리본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이번 피해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전반적인 안전 관리를 더 꼼꼼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학술 연구 등을 제외한 경우 덫을 소지하거나 덫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은 부산 강서경찰서로 이관돼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