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윤성용 관장 "옛사람 이야기 깃든 유물…기증자 '나눔의 가치' 느껴보세요"

[서경이 만난 사람-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
■ 새롭게 단장한 기증관
수집·기증 사연 접하면 감동으로
전시장은 초대형 책가도처럼 꾸며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2.12.16

“박물관에서 유물만 만난다고 생각하지 말자고요. 박물관은 남아 있는 유물을 통해 그 물건을 만들고 사용했던 옛 사람을 만나는 곳이에요. 소장자들이 큰 뜻으로 귀한 문화재를 기증한 기증품 전시관도 물건 위주가 아니라 기증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분은 왜 이것들을 모았고 어떤 계기로 기증하게 됐는지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감동을 마주하게 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6일 상설전시실 2층에 새롭게 단장한 기증관을 공개했다. 윤성용 관장은 인터뷰 마무리를 이곳에서 하자고 청했다. 박물관은 내년까지 2년에 걸쳐 기증관 개편을 추진하면서 그 첫 단계로 ‘기증Ⅰ실’을 열었다. 전시장은 초대형 책가도 한 점을 보는 듯했다. 토기부터 청화백자까지, 소반과 주전자, 전통 노리개와 김환기의 1950년대 그림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심지어 그림 속 유물이 아니라 실제 문화재를 코앞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것이어서 감동은 배가 된다. 기증품이 전시된 벽면 앞에는 소파와 테이블, 유물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마련돼 있다. 이건희 컬렉션의 화제의 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기억하는 관람객이라면 이번에는 ‘어느 기증자의 초대’를 받아 그의 방 안에서 수집품들을 만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 기자 2022.12.16

윤 관장은 “이번 전시 개편의 취지는 ‘나눔’이며 모든 세대의 관람객이 편안하게 찾아와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면서 “기증품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곳, 기증과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아카이브와 영상으로 즐기듯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조성했다”고 말했다.


기증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영상 공간을 지나면 역대 기증자들의 이름과 어록을 담은 ‘실감형 매핑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문화재는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고, 또 그런 곳에서 전시되거나 활용돼야 합니다. 혼자만 즐겨서는 안 되지요” “돈보다 더 귀한 것은 그것을 사 모으는 분의 사람됨, 즉 문화재에 대한 좋은 견식과 사랑”이라는 문장들이 벽을 따라 흘러간다. 고리타분한 박물관이 순식간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역동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기증전 유물로는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손기정이 기증한 ‘그리스 투구’가 선보이고 있다. 1994년 기증한 투구에 담긴 사연들은 내년에 완성될 기증관의 예고편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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