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자 54년만에 나타난 모친…"사망 보험금 다 줘야"

구하라법, 작년 국무회의 통과 후 계속 국회 계류
유족 "'구하라법' 국회 통과 못해 이런 일 발생" 분통

법원이 54년 만에 나타나 아들 B씨의 사망 보험금을 요구한 모친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B씨 누나가 항소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54년 만에 나타나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요구한 모친의 손을 들어줘 다른 유족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4000만 원 가량을 지급해달라는 80대 A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 아들 B씨(사고 당시 57세)는 지난해 1월 거제시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다 실종됐다. 이후 B씨 앞으로 선박회사의 유족급여, 행방불명 급여, 장례비 등 2억3776만원이 나왔다.


B씨는 미혼으로 배우자와 자식이 없었고, 아버지는 B씨가 태어나기 전 사망했다. 이에 경찰이 서류상 가족관계로 남아 있는 A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모두 갖겠다며 재혼해서 낳은 자녀들과 함께 나타났다.


B씨 누나(60)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A씨는 어머니 자격이 없다며 유족보상금 등의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러자 A씨가 다시 소송을 걸어 이번에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선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도 유족에 해당한다’면서 A씨가 B씨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법규상 그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B씨 누나가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그들이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에 거주한 적이 없어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씨 누나는 23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재혼한 후 우리 형제들은 친척 집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았다. 할머니와 고모가 우리를 키워주셨다. 그런데 자식을 버리고 평생 연락도 없이 살다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54년 전 3살 아들과 6살 딸을 남겨두고 연을 끊은 모친은 “자식들한테 할 만큼 했다”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그는 “모친에게 유족보상금을 양쪽이 반씩 나눌 것을 제안했지만 모친은 모두 갖겠다고 한다. 너무 양심이 없는 처사다. 보상금은 동생을 길러준 할머니와 고모, 그리고 사실혼 관계의 올케가 받아야 한다”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편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을 청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B씨 유족들은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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