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브리지론 등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이들에 돈을 댄 증권·캐피털·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23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노출 규모(대출+보증)는 24조 3000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37% 수준이다. PF 익스포저 규모는 저축은행 10조 6000억 원, 카드·캐피털 등 여신 전문 회사 27조 2000억 원, 보험회사 44조 6000억 원 등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을 5조 원 증액하고 미분양 PF 보증을 5조 원 신설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25일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하락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서서히 하향 안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발표한 대로 내년 1월 규제 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부동산 관련 징벌적 세금 중과를 과감히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규제 지역으로 남아 있는 곳은 서울과 경기 성남·과천·하남·광명시 등이다. 그럼에도 고금리 장기화로 집값 급락이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미분양 매입 시 양도세 감면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이 올 6월 기준 17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집값 급락이 계속돼 부동산 관련 업체들과 금융권이 연쇄 부실·도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 당국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정교하게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건실한 사업장임에도 시중 자금 경색으로 일시적 자금난에 빠져 흑자도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지원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부실 우려 사업장에까지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철저한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