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이 7세 의붓딸에 대한 양부의 과한 신체접촉 장면을 내보내 아동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방송에 대한 시청자 민원이 36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논란이 된 ‘결혼지옥’ 20회(12월19일 방송)에 대한 민원은 지난 22일까지 총 3689건 접수됐다.
날짜별로는 20일에 2766건, 21일에 832건, 22일에는 91건의 민원이 들어왔다. 대부분 ‘아동 성추행 관련 방송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김 의원은 “국민적 공분이 큰 이번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다른 안건보다 먼저 신속하게 심의·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MBC에서도 방심위의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프로그램 제작과 방영을 보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회차에 출연한 ‘고스톱 부부’는 결혼 2년차 재혼 부부다. 이들은 아내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7세 딸의 양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해당 방송에서는 사연자의 남편이 의붓딸에게 지나친 신체 접촉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남편은 의붓딸의 거부 의사에도 ‘가짜 주사 놀이’라며 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찔렀고, 아이를 포옹하면서 놔주지 않았다. 사연자도 만류했지만 남편은 애정 표현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아동 성추행이자 아동학대”라는 비판과 함께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했다. 제작진은 VOD 다시보기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아동 성추행 관련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새아빠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MBC는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며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프로그램 멘토인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도 지난 2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오 박사는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교육적 지적과 설명들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친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다.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저와 제작팀이 함께 반드시 지속해서 살피겠다”며 “향후에는 제 의견이 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더 유념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 측은 ‘결혼지옥’ 2주 결방을 결정했다. MBC는 26일 “이날 방송 예정이었던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은 프로그램 내부 정비 차 2주간 결방된다. 시청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