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고질적 인력난까지 ‘4중고’…가업승계 개편도 '반쪽짜리'

[2022년 중소벤처업계 결산] <1> ‘4중고’ 시달린 중소업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덮치고 납품 단가는 묶여 수익성 악화
추가연장근로제는 국회서 발목 "일손 없는데 야근마저 못시켜"
내년 10월 납품단가연동제 시행…복합위기 속 '희망 불씨'



사진 설명


중소기업들에게 2022년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였다. 연초부터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3고(高) 위기’에 발목이 잡히고 고질적 인력난까지 더해져 이른바 ‘4중고’에 시달렸다.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고충과 위기를 부채질 했다.


27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첫 행사로 ‘2022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가 열리자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올 한해 중소기업계에 큰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대통령실 용산 시대에서 처음으로 열린 경제단체 행사인데다 중소기업중앙회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해라는 점에서 기업인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낙관했다. 그러나 연말 중소기업들은 4중고 펀치를 맞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신세로 전락했다.


대부분의 중소 기업들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가속화한 공급망 붕괴 등 복합적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지만 중기의 특성상 대기업 납품 단가에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은 평균 47.6%가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 인상률은 10.2%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6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빚으로 버텨온 중소기업은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 파장 영향으로 금융 상황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2020년 10월 798조2000억원에서 2022년 10월 952조6000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국의 강달러로 수출 경쟁력은 악화됐고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426억 달러 발생했다.


국회는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경기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업인들은 중소 영세사업장 대다수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말고는 대안이 없어 올해 말 도래하는 일몰을 폐지하고 항구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 합의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통해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쓸 수 없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크다. 올해가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 여야는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업 상속 시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그쳤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힌 결과 공제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 매출액 기준이 정부안(1조원 미만)에서 반 토막 난 5000억 원 미만으로 결정됐다. 최대 공제 한도(30년 이상 가업 영위 경우)도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올리려 했지만 여야는 600억원까지만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하며 마무리했다.


중소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임금 부담으로 올해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40%를 웃돌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매해 8월 기준)는 767만 9000명으로 중소기업 전체 근로자의 41.1%에 달했다. 대기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15%에 그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비중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중소기업들에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에 인력난까지 4중고로 고충이 큰 한 해였다는 것이다.


복합 위기 속에서 그나마 납품대금 연동제는 중소업계의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납품대금 연동제 법안이 14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내년 1월 3일 공포된 후 10월 4일 본격 시행된다. 중소업계는 시행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활한 상생협력과 중소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중소업계의 경기가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세에 힘입어 다소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글로벌 정세 불안정성과 4중고가 여전해 내년에도 중소기업 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