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해 반려됐다. 특수본의 구속영장 신청이 검찰 단계에서 반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서부지검은 28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최 서장의 구속영장에 대해 보완수사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전날 최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특수본은 이날 “검찰이 요구한 보완수사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완수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특수본이 그간 참사 당일 최 서장의 행적과 대응과 관련해 혐의를 공언한 만큼 수사에 일부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부실한 구조 지휘가 인명 피해를 키우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봤다. 참사 당일 소방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오후 10시 28분께부터 지휘권을 선언한 11시 8분까지 40분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특수본에 따르면 최 서장은 40분 동안 무전을 듣고 이 모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과 대화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현장 대응을 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최대 20m에 이르는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시각을 오후 11시 22분으로 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적절한 구조 지휘가 있었으면 (11시 22분보다) 더 일찍 끼임이 풀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 서장이 규정에 맞는 대응단계 발령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수본은 사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최 서장의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참사 현장에서 매뉴얼에 따른 응급환자 분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1순위 응급환자가 이송되지 못하고 사망자들이 대거 이송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서장은 특수본의 이러한 판단을 전면 반박했다. 최 서장은 “지휘권을 선언하기 전에는 직접 지시한 내용이 무전 기록에 없지만, 옆에 함께 있던 지휘팀장을 통해 구조 지시를 무전으로 전달했다”며 “대열 앞쪽에서 도착하는 구급대원들을 뒤쪽으로 보냈고 대응 1단계가 발령된 뒤에는 뒤쪽으로 이동해 (끼인 시민을) 빼내는 작업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최 서장의 신병 확보에 일단 제동이 걸리면서 지역 기관장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 보고 법리를 구성한 수사 전반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특수본은 앞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재난대응에 책임이 있는 지역 기관장을 차례로 구속했다. 특수본은 최 서장에 대한 구속까지 마친 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의 책임 규명에 본격 나설 계획이었다.
특수본은 보강수사를 한 뒤 최 서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해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