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K드라마·예능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상반기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하반기에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K콘텐츠 흥행을 이끌었다. 특히 올해는 K콘텐츠 제작사들이 주목받으며 제작 역량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올해 주말 드라마를 제외하고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세 작품은 ‘재벌집 막내아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슈룹’으로 모두 비지상파 작품이었다. 비지상파 작품의 인기가 늘어난 것이 올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지상파 작품이 톱3에 오르지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신생 방송사인 ENA의 작품 ‘우영우’가 시청률 2위에 올랐다는 점은 송출 채널이나 플랫폼보다는 작품의 퀄리티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송출 채널·플랫폼의 중요성이 줄어든 만큼 제작사의 역량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제작사 래몽래인의 주가 연저점은 1만 3600원이었는데, 드라마 성공 후 3만 9600원까지 세 배나 치솟았다. ‘우영우’의 제작사 에이스토리도 우영우 공개 전 1만 6050원이었던 주가가 3만 5000원까지 상승했다.
콘텐츠 업계도 활발히 제작 역량에 투자했고, 업계 구조는 재편되고 있다. CJ ENM은 4월 ‘CJ ENM 스튜디오스’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스튜디오스 산하 제작사 8곳을 흡수합병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했다. SBS의 자회사 스튜디오S도 드라마 제작사 빈지웍스를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매출 규모로는 스튜디오드래곤을 뛰어넘은 SLL도 15개 레이블과 함께 ‘재벌집 막내아들’ ‘슈룹’ ‘수리남’ ‘카지노’를 이을 작품 제작을 위해 투자 및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 있는 제작자들의 자체 스튜디오 설립도 늘었다.
제작사들의 시장 지위가 상승하며 플랫폼의 원가 부담도 덩달아 상승했다. 특히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적자폭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는 ‘약한영웅’이 호평받았고, 티빙도 ‘몸값’ 등이 흥행했지만 제작비 부담은 더욱 늘었다. 넷플릭스는 올해 ‘소년심판’과 ‘수리남’ 등이 주목받았지만 ‘오징어 게임’과 같은 대형 히트 콘텐츠는 내놓지 못했다.
예능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됐다. 지상파 예능의 세대 교체가 실패한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간접광고(PPL)와 제작비 절감·다양한 소재를 통한 시청층 확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2021년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 비중은 53%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예능의 트렌드였던 연애 예능과 비연예인 출연의 증가도 제작비 부담과 가성비라는 측면에서 해석 가능하다. 티빙의 효자 콘텐츠 ‘환승연애’는 일반인을 출연시키 화제성과 가성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20여개국 판권 수출 및 유럽 등지 포맷 수출이라는 성과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