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대형마트의 성장 걸림돌로 작용해온 주말 의무휴업과 새벽시간 영업 금지 등의 족쇄를 풀기로 결정한 이유는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는 물론 보호 대상인 골목상권·전통시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기는커녕 피해와 불편만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매머드급 이커머스의 등장 등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라는 비판도 계속돼 왔다.
대형 마트 규제를 담고 있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골목상권 보호 및 상생발전을 목적으로 2012년 도입됐다. 기초지자체장이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0~10시 범위) 및 의무휴업(매월 이틀)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관련 제도의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게다가 문제의 유통법은 온라인 배송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법제처가 ‘대형마트의 물류·배송기지를 활용한 온라인 영업은 점포 영업과 같다’는 취지의 유권 해석을 내려 지금은 매일 새벽, 그리고 대다수 지자체가 의무 휴업일로 지정한 일요일에는 온라인 주문·배송을 할 수 없다. 대형마트들은 코로나 19로 e커머스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낡은 규제 탓에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도 모두 침체했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실제로 2013년 34조 원이던 대형마트 업계 매출은 지난해 35조 원을 기록한 반면 e커머스 매출은 같은 기간 39조 원에서 187조 원까지 뛰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이 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대형마트가 부진한 만큼 전통시장이 그 수요를 흡수한 것도 아니다. 2013년 20조 원이던 전통시장 매출은 지난해 26조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권 보호’를 내세우며 대형마트에 날을 세우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들이 ‘대립’에서 ‘같이 사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구가 내년부터 광역시 최초로 의무휴업일을 현행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도 지역 상인 단체의 결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대형마트와의 상생을 통한 상권 부흥에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협의안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현재 다수 마트가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영업을 쉬는데, 주말 매출이 평일 2~3배인 상황에서 주말에 문을 열면 매출 확대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교보증권은 월 2회 의무휴업 요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연 매출이 각각 3900억 원, 1700억 원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 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측면에서도 주말에 쇼핑하지 못하는 게 더 불편하고, 협력 업체도 판로·매출 확대 면에서 주말 영업과 새벽 배송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상생안은 정부가 지난 10월 출범시킨 대·중소유통상생협의회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이 적극적인 상생·소통 의지를 보이며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8월 4일 1차 규제심판 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에 대해 전문가·이해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바 있으며 이후 올 10월 전국상인연합회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출범시켜 오랜 시간 논의를 이어왔다. 대형마트는 상생안에 따라 중소유통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및 교육을 지원하고 물류 체계 개선, 판로 확대 및 마케팅·홍보, 시설·장비 개선 등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