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2차 노동개혁' 시동…獨 '노동4.0' 로드맵 제시·日 '성과보상' 확대

[2023 신년기획 - 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1부 : 노동개혁 30년, 퇴로 없다 <2> 선진국은 어떻게 성공했나

독일의 고용률은 2005년 65.5%에서 2021년 75.8%로 10%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주요 9개국 중 독일처럼 큰 도약을 보인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고용률이 같은 기간 2.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도 확연히 대조된다. ‘하르츠 개혁’을 시작으로 이어져온 중장기 노동 개혁이 ‘유럽의 병자’로 조롱받던 독일을 탈바꿈시킨 것이다.


여전히 경직된 노동 규제에 발목 잡힌 우리와 달리 독일이 한발 더 나간 노동개혁을 준비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독일은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대변되는 산업 전환이 고용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2015년부터 노사정 협의체를 꾸렸다. 1년 7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나온 산물이 바로 ‘노동 4.0’ 백서다. 백서는 바람직한 노동의 미래상을 그리는 동시에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담은 일종의 로드맵이다. △평생 교육을 위해 실업보험을 노동보험으로 확대 △노동시간의 유연화 △기술 변화에 대응한 산업 안전 보건 강화 등 고용 유연성과 안전성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담겼다.


일본 역시 장기 저성장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의 고삐를 죄어왔다. 일본이 2018년 도입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일본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노동시간 기반 보상 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사실상 근로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 ‘탈시간급(脫時間給)’제를 둬 성과에 따라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최대 근로시간을 제한하면서도 규제 대상 기간을 한 주 단위가 아닌 한 달로 둬 융통성을 발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해보면 특정 주에 일이 몰려 52시간 넘게 일했더라도 다른 주에 근로시간을 줄여 대응할 길을 열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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