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 10명 중 1명가량이 저축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버는 돈보다 필수적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은 탓이다. 소득의 3분의 1을 저축하기 어려운 소비자도 절반 가까이 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3’을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보고서는 서울·수도권, 전국 광역시에 거주하고 본인 명의의 은행을 이용하는 만 20~64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저축할 여력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응답자의 약 25%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45%는 저축 여력이 소득의 30%를 밑돌았다. 이 중 12.7%는 소득보다 지출이 커 저축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가구당 여윳돈은 70만 원도 못됐다. 월평균 가구소득 489만 원의 86%(421만 원)가 매월 소비, 보험, 대출 상환 등에 고정적으로 나갔다.
이는 경제적 목표의 여부로도 이어졌다. 금융 소비자 10명 중 3명은 뚜렷한 재정 목표가 없거나 당장 생계 해결이 급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눈앞의 생계 해결’과 ‘재정 목표 없음’에 응답한 MZ세대는 각각 42.6%, 18.1%로 높았다. MZ세대에게 장기간 큰 금액을 마련하기보다 적은 금액으로 단기간 운용하는 상품으로 맞춤형 제안이 더 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응답자 10명 중 8명이 투자한 경험이 있거나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15.6%에 그쳤다. 평균 883만 원을 투자해 10% 이상 손실을 본 경우가 대부분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금융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최근 6개월 내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점을 이용한 경우보다 2.2배 더 많았다. 지점 이용자의 66.2%가 분기 1회로 가끔 방문하는 것에 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의 84.0%는 주 1회 이상 매우 빈번하게 접속했다.
은행별 주거래 고객에 대한 차이도 존재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체로 40대 이상의 가구 금융자산이 9000만 원대 이상인 고객들이 주거래자였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경제적 여유가 적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토스뱅크는 투자에 관심이 많은 30대 직장인이 주거래 고객이었다.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업권 간 경계가 없는 치열한 경쟁 여건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황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 소비자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