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동영상에 나온 여성을 아내라고 확신한 남편이 아내의 지인에게 과거를 캐묻거나 물건을 뒤진다면서 이혼을 하고 싶다는 아내의 사연이 공개됐다.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최근 결혼한 지 6개월 차 신혼이지만 남편과 매일 전쟁통에 산다는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신혼여행을 다녀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A씨의 남편은 한 음란 동영상을 A씨에게 보라고 했다. A씨는 당황스러웠지만 화질도 흐릿하고 신음 소리만 나는 해당 동영상을 다 봤고 A씨의 남편은 화난 표정으로 “뭐 느끼는 거 없어?”라고 물었다.
황당했던 A씨는 이를 무시하고 답을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며칠간 말없이 지냈다. 그러던 중 남편이 A씨에게 먼저 말을 꺼내 “그 동영상에 나오는 여자가 너 아니냐. 얼굴이며 어깨선, 행동이 너랑 똑같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남편은 제가 성인 배우 출신이라고 확신하더라”라며 “억울함이 목까지 차올라 아니라고 소리도 질렀지만, 오히려 남편의 의심은 점점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남편은 컴퓨터에 영상 속 여자를 캡처해 확대해놓는가 하면 A씨 주변 지인들에게 A씨가 (과거) 어떻게 지냈는지를 캐물었다. 또 A씨의 물건과 메일 등을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A씨는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한번 믿기 시작하면 진실을 아무리 말해도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며 “저를 에로배우로 의심하니 당연히 부부 사이가 좋아질 수 없고 늘 부부싸움 끝엔 이혼하자는 말이 오고 간다”고 전했다.
혼인신고를 아직 하지 않았다고 밝힌 A씨는 “남편네 집이 워낙 바라는 게 많아서 결혼할 때 예물로 들어간 돈만 2억”이라며 “남편이 일찍 분양받은 아파트 하나 있다고 해서 예물, 외제차, 고가의 시계, 결혼식 비용 거의 다 우리 집에서 했다. 자동차는 남편이 타고 다니는데, 전부 돌려받고 싶다”고 했다.
또 남편의 의심으로 괴롭힘당한 시간도 보상받고 싶다는 A씨는 “제 이메일과 휴대전화는 물론, SNS까지 비밀번호 바꿔가며 몰래 보는 남편의 행동도 따끔하게 법적으로 따져보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백수현 변호사는 A씨 남편이 상대방의 정조를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인 ‘의처증’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의 정조를 의심하고 병적으로 집착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 이혼 사유가 될 수 있고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혼 관계를 파기하는 방식은 일정한 형식이 없다”며 “당사자 간 합의가 있거나 일방이 통보만 해도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A씨가 그 의사를 통보하면 관계가 정리되는 것이다.
2억 원 상당의 예물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법원은 부부공동체로서 의미 있는 혼인 생활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파탄된 경우, 파탄 책임이 있는 쪽에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과 별개로 결혼식 등 혼인 생활을 위하여 불필요하게 지출한 비용 상당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며 “혼인 불성립에 준해서 제공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쪽은 책임이 없는 배우자”라며 “사실혼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예물과 예단에 대해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도 했다. 즉 A씨가 예물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단기간 파탄을 인정받고, 파탄의 책임이 없다는 부분을 잘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백 변호사는 남편의 의심으로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위자료를 받고 싶다고 한 부분에 대해 “위자료는 당연히 인정될 것 같다”고 말한 한편 “배우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서 보는 행위는 형법상 비밀침해죄 혹은 정보통신망법상 비밀 침해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라며 “형사고소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